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1월 정기 이사회에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못하면서 올해 안 개편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고려할 때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바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어야 개편안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한국전력 안팎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25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다루지 못하면서 올해 개편안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정기 이사회가 12월 말에 한번 더 예정돼 있지만 이사회 의결 이후에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전기위원회의 심의 뒤 인가를 받아야 하는 과정이 있어서 올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전력 사외이사인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이번 이사회에 반드시 상정됐어야 할 전기요금 개혁안이 또 빠졌다”며 “내년부터 시행을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달 전에 이사회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이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김 사장이 설사 12월 정기 이사회에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놓더라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침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추진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한국전력은 지난해 7월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시를 냈지만 올해 6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하반기로 발표를 연기했다.
최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고려해 (전기요금체계 개편안) 시기를 조율해 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논의될 정도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도 전기요금 인상의 우려가 있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승인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 사장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전기요금 인상이 아니라는 여론 형성에 더욱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놓고 전기요금 ‘인상’이 아닌 ‘합리화’, ‘현실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의 핵심이 전기요금 인상이 아니라 원가 연동제와 이용자 부담 원칙, 에너지복지와 요금체계 분리라고 들고 있다.
연료비 등 원가 변동요인과 외부비용이 적기에 반영되는 전기요금체계를 정립하고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 원칙 확립을 통해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체계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애초 취지와 달리 중상위 소득 1인가구에 할인혜택이 집중되고 있는 필수 사용량 보장공제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정해 그 대신에 취약계층에 에너지바우처 등을 지급하는 에너지복지와 요금체계 분리를 고려하고 있다.
필수 사용량 보장공제제도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천 원 한도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뿐 아니라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대화를 진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전력은 12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위해서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의견들을 검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전기요금체계 도입 로드맵을 세워 전력산업 전반에 성장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