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래통합당과 정책공조를 강화하며 보수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안 대표는 통합당이 대선후보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내심 보수진영의 단일 대선후보를 바랄 것으로 보이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조금씩 통합당으로 다가서, 통합당 김종인은 정작 '시큰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 대표는 2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을 바꿔 야당의 공직 후보자 추천권을 강탈해 정권에 부역하는 공수처장을 임명한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서 공수처장 추천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면 법 개정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를 보이자 통합당의 눈높이에 맞춰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근 안 대표의 행보를 보면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며 통합당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일이 부쩍 늘었다. 국회 원구성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 논란 등의 사안에서 안 대표는 줄곧 통합당과 비슷한 톤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당과 통합당 소속 의원들 사이 접촉면도 넓어지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일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국회 현안을 공유하고 당 차원 연대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과 통합당은 각자의 이름을 딴 공동 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책 토론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지만 향후 두 당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모임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중도 실용노선을 고수해왔는데 통합당 쪽으로 다가가는 것은 현실적 한계 때문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국민의당 의석이 3석뿐이라 국회에서 목소리를 낸다 한들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안 대표 개인의 지지율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6월22~26일 진행한 ‘6월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안 대표는 3.9%의 지지율을 받는 데 그쳤다. 1위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30.8%)은 물론 범보수 야권주자로 분류되는 윤석열 검찰총장(10.1%)보다도 많이 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가 다시 대선에 도전하려면 통합당에 들어가 보수 단일 대선주자가 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국민의당과 통합당이 당을 합치는 방법이 가능한데 의석 수 차이가 커 당대당 통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안 대표가 통합된 보수정당 안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통합당은 당내에 안 대표 못지않은 지지율을 보이는 대선주자군이 여럿이라 굳이 안 대표를 '모셔올' 이유가 많지 않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통합당과 인연을 맺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제안을 하면 한번 이야기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이 오면 생각해보겠지만 굳이 먼저 안 대표의 손을 끌어당길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6월15일에도 김 위원장은 기자들이 안 대표와 만나 대화할 것이냐고 묻자 “대화야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대화를 하려면 주제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의석이 3석 밖에 없는데”라며 안 대표와 만나는 일이 급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 대표가 통합당에 다가서면서도 당장 통합을 추진하는 일에 선을 긋는 데는 이런 상황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그런 점에서 안 대표는 상당 기간 민주당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보수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와 지지율을 올리는 데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서 “야권은 백약이 무효인데 미래통합당과 통합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다”며 “중요한 것은 혁신 경쟁”이라고 말했다.

‘작은 정당이라서 존재감이 없는데 통합당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우리가 내놓는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