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물의를 빚은 KBS 김시곤(54) 보도국장이 물러났다. 김 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사사건건 보도를 통제했다고 폭로하면서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
|
|
▲ 김시곤 KBS 보도국장 |
김 국장 사임의 직접적 계기는 세월호 관련 발언이다. 김 국장이 최근 내부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그러자 김 국장은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 국장은 9일 서울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 중립성의 책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 특보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KBS 근처 중국집에서 점심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였고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뉴스 시리즈물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했다”며 “그 가운데 교통사고로 한 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 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내용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전체 내용을 거두절미하고 반론도 싣지 않고 성명서를 냈다”고 해명했다.
그는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KBS에서 세월호가 가벼운 사안으로 다뤄졌는가"고 되물으면서 "KBS는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가장 진지하게 보도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앵커들에게 검은 색 옷을 입지 말아달라고 지시한 데 대해 “당시 생사가 불분명한 실종자가 많은 상황에서 상복을 입는 것은 사망으로 결론지은 것이 아니냐”며 “절망에 빠뜨린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있었고 이것이 타당한가도 생각해서 상복을 연상하게 만드는 검은 옷은 지양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김 국장이 여러 명의 기자들 앞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알렸다. 노조는 “황당한 상황인식과 이런 발언을 서슴지 않고 뱉어내는 무모함이 현재 공영방송 KBS의 재난방송과 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보도국장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이런 노조의 주장이 알려지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8일 KBS 본관을 찾아 김 국장의 사과와 사임을 길환영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이어 9일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KBS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이준안 취재주간이 안산 합동분양소를 찾았지만 이 취재주간이 일부 유가족들에게 대기실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고 억류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한 KBS의 보도 태도에 대한 유가족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KBS 사장은 확실한 가치관을 지닌 이가 돼야 한다”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에 개입한 길환영 사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보도본부장 3년 임기도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jTBC와 인터뷰에서 "길환영 KBS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길 사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 국장은 "길 사장은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며 보도를 통제한 적도 있다"며 "세월호 사건뿐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고 폭로했다.
김 국장은 “KBS가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언론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합리적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KBS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작은 씨앗이 되기 위해 보도국장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7년 KBS에 입사했다. 그동안 보도국 사회부와 경제부, 모스크바 지국, 2TV 뉴스제작팀을 거쳐 디지털뉴스팀장, 경제팀장, 취재주간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