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구성을 위한 주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2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29일에는 소주를 곁들인 만찬, 30일에는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 등으로 연일 만나고 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30일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절차를 지켜 원구성 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는 여당 주장을 그냥 따라오라는 말로 야당의 존립근거를 없애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통합당도 국회법 날짜를 지키려 노력하겠지만 민주당의 일방적 요구에 응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원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할 것인지 여부다.
17대 국회 이후 법사위와 예결위 위원장은 야당이 차지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두 곳 상임위원회를 모두 민주당 몫으로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이 예결위와 법사위를 통해 정부의 정책집행을 가로막아왔다는 명분을 들고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발언으로 평가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도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당이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차지했던 적도 오랜 기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시절 미국을 사례로 들어 과반 이상을 확보한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주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였던 2008년 7월 원구성 협상에서 “지난번에 미국 민주당이 1석 더 많아 모든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했다”거나 “과반 의석 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다 맡도록 하면 협상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법 대로 하자고 나서면 이에 맞설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난 극복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있어 과거 관행을 이유로 국회 개원을 막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주 원내대표가 야당 몫 가운데 하나를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지금까지 민주당이나 통합당 모두 법사위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로서도 법사위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당내에서 법사위를 지키지 못하면 정부와 여당의 폭주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당이 법사위 위원장을 확보하더라도 원하는 효과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주 원내대표가 예산 확보라는 '실속'이 큰 예결위원장을 선택할 수 있다.
김 원내대표가 법사위의 대표적 권한인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 원내대표가 예결위에 눈길을 주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성범 전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놓고 “결국은 법사위나 예결위 하나는 주고받는 식으로 결론을 내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렇지 않다면 주 원내대표부터 당 안에서 못 견딜 테고 또 김 원내대표도 다 따오라는 당내 압력은 많이 있겠지만 결국은 그런 식으로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