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역사 117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은행장에 오른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여성 임원 유리천장'을 깰 수 있을까? 오는 13일 기업은행 인사를 앞두고 권 행장의 '인사'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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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여성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
그 많은 젊은 여성 은행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적 이유로 자의든 타의든 은행을 그만뒀다.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재무나 여신 등 핵심 부서는 여전히 '금녀(禁女)의 벽'이 있다"며 "출산·육아가 여성의 경력 단절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남1녀를 둔 권 행장 역시 위기가 있었다. 권 행장은 취임후 인터뷰에서 "출산휴가로 3개월이 주어졌지만, 1개월만 쓰고 나와야 했다"며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이튿날인 일요일에 둘째를 낳았다"고 말했다. 또 권 행장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뜻하는 유리천장에 관해서는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하이카운트 업무 등 여성에게 주는 업무가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항상 미리 공부를 하고 남성들과 똑같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요구했다. 가정주부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금융연수원의 통신연수의 모든 과정을 거쳤다 ”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은행에서 '유리천장' 파열음은 곳곳에서 들린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은 창립 후 최초 여성 임원을 배출했고 금융공기업 캠코에도 첫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수출입은행은 상반기 정기인사 책임자급 승진 대상자 26명 중 14명(54%)을 여성 직원으로 선임했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자리인 기획부 조직예산팀장에 여성을 앉혀 주목받았다. 현재금융권의 임원 성비비율은 남성 22대 여성 1이다. 다소 개선된 것이 이 수치다.
권 행장은 '박근혜 코드'에 힘입어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권 행장은 취임식 직후 인터뷰에서 “인사에서 큰 변화를 이룰 필요는 없다"며 "이번 인사는 족한 자리를 채우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권 행장이 사실상 ‘첫 여성 행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안정적 인사'를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코드'를 고려해 여성을 등용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일부라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 행장은 요즘 ‘제국의 태양 엘리자베스 1세’를 읽는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롤모델이기도 하다. 권 행장은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최근 제가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된 이후 금융권에서 여성 인재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