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비더만 ‘애슐리매디슨’ CEO가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비더만은 기혼 남녀를 중개해주는 사이트를 개설해 불륜을 사업화했다는 비난 속에서도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회원가입 정보를 해킹당하는 사고가 터지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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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엘 비더만 애슐리매디슨 창업자. |
캐나다의 법무법인 ‘차니 로여스’와 ‘서츠 스트로스버그 유한책임파트너십’ 2곳이 애슐리매디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24일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법무법인들은 애슐리매디슨이 해킹당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캐나다인들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규모는 7억6천만 캐나다달러(약 6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들은 집단소송을 위한 원고인단을 모집하기 위한 사이트도 개설했다. 피해자들이 익명으로 원고인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슐리매디슨이 탄생한 캐나다 뿐 아니라 미국 미주리에서도 500만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애슐리매디슨은 7월 중순 회원 3800만 명의 정보가 해킹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이트 해커라고 밝힌 ‘임팩트팀’은 18일 3200만 명 가량에 이르는 회원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로그인 정보 등이 담긴 9.7기가바이트의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해커들은 20일에도 첫 공개 때보다 2배 많은 20기가바이트 규모의 회원정보를 추가로 폭로했다. 해커들은 최고경영자인 비더만의 개인 이메일도 공개해 유출된 정보가 허위라고 주장해온 애슐리매디슨을 무력화시켰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출된 회원에는 1만5천명 안팎의 각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백악관과 미 의회 등 수백 명의 정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영국 전현직 의원과 공무원들도 가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소속 기혼 여성 의원인 미셸 톰슨은 회원가입 사실이 드러나자 “이메일은 도용당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유명인 가운데 미국 방송인 조시 더거는 “위선적 행동에 대해 가족의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회원정보 유출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를 이용한 협박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메일을 통해 배우자에게 가입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비트코인 등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애슐리메디슨 회원의 거주 분포를 이용한 세계 불륜지도(adultery map)까지 등장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회원 가입자 수에 따라 붉은 색, 주황색, 노란색 등으로 표시한 지도다.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적색으로 표시됐으며 유럽과 북미 등도 가입자 수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기준 약 20만 명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과 수도권 등에 주황색과 노란색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가정법률상담소에도 애슐리매디슨 회원정보 유출에 따른 여파가 미치고 있다. 배우자의 회원가입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아 이혼상담을 원하는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임팩트팀이 해킹 공격을 한 목적은 애슐리매디슨의 사이트를 폐쇄하기 위한 것이다. 해커들은 사이트 폐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보 공개를 감행한 것이다.
비더만은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우세요”라는 문구를 내세웠는데 해킹이라는 역풍을 맞아 회사의 명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애슐리매디슨 사태로 인터넷비즈니스의 윤리와 보안 문제도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더만의 사업모델을 놓고 찬반 논란이 여전히 뜨겁지만 옹호론자도 적지 않다.
애슐리매디슨을 옹호하는 이들은 일부일처제라는 제도가 현대사회에서 망상에 불과한 것이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이번 해킹 사태는 기존의 보안유출 사고와 차원이 다르다고 해커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