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가 2019년에 좋은 실적을 낸 데에는 강 사장이 중시했던 ‘고수익 고객 유치’와 ‘인터넷-방송 결합 가입자’ 유치가 공헌을 했다.
방송·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 사장이 KT 본사에서 마케팅전략본부장을 맡기도 했었던 만큼 이번 KT스카이라이프의 좋은 실적 역시 강 사장의 능력에 힘입은 것”이라며 “수익 개선의 요인인 고수익 고객 유치와 인터넷·방송 결합상품 판매 등은 모두 강 사장이 계속해서 강조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가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구현모 KT 대표체제에서 강 사장이 역할을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말이 나돈다.
최근 KT의 경쟁사들이 활발하게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유료방송시장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 사장이 이끄는 KT스카이라이프가 유료방송시장 영향력을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구현모 사장으로서는 2019년에 '선방'한 강 사장에게 KT스카이라이프를 다시 맡겨 KT그룹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내는 한쪽 날개로 삼을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019년 상반기 기준 9.87%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CJ헬로(현재 LG헬로비전)에 이어 5위다.
구 사장이 KT 본사의 커스터머부문장을 강 사장에게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T의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발령이 난 것은 아니지만 KT 내부에서 강 사장이 커스터머부문장에 부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커스터머부문은 구 사장이 최고경영자(CEO)에 내정되기 전 맡고 있었던 곳으로 기존에도 KT에서 가장 큰 조직이었지만 2020년 조직개편으로 마케팅부문과 통합되면서 더욱 덩치가 커졌다. 박윤영 KT 기업부문장 사장이 맡고 있는 기업부문과 함께 KT의 양대조직으로 꼽히는 곳이다.
다만 구 사장이 1월16일 단행한 KT 임원인사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경향성을 내보였기 때문에 강 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강 사장이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한 기간은 2년이다. KT 계열사 사장단의 평균 재직기간인 2.1년과 비슷하다.
KT 계열사 사장은 대체로 '커리어의 마무리'로 여겨지는 만큼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던 강 사장이 KT 본사에서 다시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19년에 매출 6583억 원, 영업이익 65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18년보다 매출은 0.1%, 영업이익은 2.7% 늘었다. 2019년 4분기만 놓고 보면 2018년 4분기보다 매출은 6.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6% 늘었다.
좋은 실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가 ‘선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주력사업인 위성방송시장의 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실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 사장이 힘을 실은 초고속인터넷과 위성방송의 결합상품 판매는 KT스카이라이프 방송 가입자의 감소속도를 늦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9년 4분기에 KT스카이라이프가 판매하는 초고속인터넷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모두 1만9천 명이다. 이 가운데 초고속인터넷과 위성방송을 함께 가입한 고객은 무려 94.7%에 이른다.
이 성과에 힘입어 KT스카이라이프는 2019년 방송 가입자 수 감소폭을 2018년보다 줄이는 데 성공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 가입자 수는 2019년에 모두 7만4709명 감소했는데 이는 2018년보다 약 18.2% 줄어든 것이다.
강 사장은 2019년에 고수익 상품인 UHD방송 가입자 유치에도 힘을 쏟았는데 이 역시 KT스카이라이프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큰 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T스카이라이프의 UHD방송 가입자 수는 2019년 전체 방송 가입자 수가 7만4709명 감소하는 동안 오히려 17만1345명 늘었다.
KT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