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공모 혐의와 관련해 댓글조작에 쓰인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을 봤다고 항소심 재판부가 잠정적으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의 공모 혐의를 판단하려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면서 선고를 거듭 연기했다. 
 
항소심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고 잠정판단, "공모는 추가심리 필요”

김경수 경남도지사.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 차문호 재판장은 21일 컴퓨터 장애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재개하는 자리에서 “지금 상태에서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추가 심리를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9년 11월14일 재판을 마친 뒤 선고기일을 그해 12월24일로 잡았다가 2020년 1월21일로 미뤘다. 그러다 21일 선고기일을 취소한 뒤 공판 재개를 20일 직권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 김동원씨의 경기 파주시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했다. 

킹크랩 시연회는 1심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을 때 판단의 주된 근거로 꼽혔다. 재판부가 재판 쟁점과 관련해 잠정적으로 판단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잠정적이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김동원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을 봤다는 사실을 특별검사팀이 상당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어도 김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상 다른 사람의 범행을 인식했지만 이를 제지하지 않고 단순하게 용인한 것만으로는 공모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향후 추가 심리를 위해 김동원씨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와 관련된 근거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지사와 김동원씨의 관계를 둘러싼 객관적 자료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 지사가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위해 맡은 역할, 그 역할과 온라인 여론 형성의 연관성, 김동원씨가 킹크랩 시연 이후 보낸 답신을 문제삼지 않은 이유 등에 관련된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지사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이런 잠정판단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변호인단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다소 의외의 재판부 설명이라 약간 당혹스럽다"며 "지금 재판부는 킹크랩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고 잠정 판단하는 것 같은데 변호인들 생각과 굉장히 다르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잠정적 심증 개시여서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어쨌든 더 진전된 자료나 논리를로 재판부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 항소심 15차 공판은 3월1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김 지사는 김동원씨 등이 2016년 12월4일부터 2019년 2월1일까지 포털사이트에서 진행한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동원씨와 같은 모임 회원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할 뜻을 보였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해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