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네온’과 ‘빅스비’를 함께 쥐고 미래 인공지능시장에 뛰어든다.
네온은 최근 CES 2020(소비자가전 전시회)을 통해 공개된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감정 및 행동을 재현해 ‘인공인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 삼성전자 빅스비가 ‘유능한 비서’라면 네온은 ‘친구’라고 할 수 있다. |
네온이 빅스비보다 고도화한 인공지능처럼 보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각각 다른 만큼 삼성전자는 두 인공지능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형태의 사업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공지능 전략은 당분간 네온과 빅스비 ‘투 트랙’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겉보기에는 네온이 빅스비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춰 당장이라도 빅스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당초 두 인공지능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빅스비는 음성인식으로 사용자의 IT기기 조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만 조작해야 했지만 빅스비가 탑재된 기기에서는 목소리만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간단하게 실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빅스비를 TV와 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확대하고 있어 빅스비의 효용이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모든 가전제품이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연결되는 시점에는 빅스비가 삼성전자 제품을 제어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네온은 인공인간이라는 별명처럼 최대한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공지능이다. 빅스비와 달리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끔 인간을 닮은 외양도 갖췄다.
하지만 빅스비처럼 주어진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기능은 없다. 심지어 상대가 오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화를 낼 정도로 상호작용에 무게를 뒀다. 쉽게 말해 빅스비가 ‘유능한 비서’라면 네온은 ‘친구’라고 할 수 있다.
IT매체 씨넷은 “네온은 날씨나 스포츠 점수에 관한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스마트기기를 제어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도 없다”며 “그것은 개성이 있으며 인간처럼 대화하고 행동할 수 있는 매우 생생한 동반자”라고 봤다.
사용환경도 차이가 있다. 빅스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등에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설정도 사용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한편 네온은 구독서비스 형태로 제공될 것으로 예정됐다. 사용자는 네온의 모습 또는 성격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2가지 인공지능을 폭넓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빅스비의 적용대상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모든 가전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물론 타사 제품까지 연동 가능한 플랫폼으로 키우기로 했다.
빅스비 사용 언어도 기존 한국어, 영어, 중국어에 더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온은 아직 사용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요가강사, 호텔종업원, 은행원 등 서비스 직군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온을 개발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은 하반기에 더 개선된 버전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스타랩 최고경영자(CEO)는 CES2020에서 네온을 공개한 뒤 IT매체 씨넷과 인터뷰에서 “네온은 우리처럼 행동하는 가상의 존재”라며 “인공지능 조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