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지주사 HDC가 비계열사 보유지분을 추가로 팔아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할까?
24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HDC그룹 지주사 HDC가 23일 삼양식품 보유지분 17%(127만9890주)를 전량 매각해 현금 947억 원을 확보한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
주력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실탄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재무적투자자(FI)로 함께 참여하는 미래에셋대우가 삼양식품 지분을 인수한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1조5천억 원에서 최대 2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함께 하는 만큼 HDC그룹이 전액을 조달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규모의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전을 끝까지 치른다면 5천억~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C그룹의 현금여력은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19년 6월 말 기준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1060억 원, 1조1670억 원이다. 단순합산하면 1조2730억 원가량이다.
하지만 보유현금을 인수전에 모두 쏟아 부을 수는 없는 데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외에도 레저 등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는 만큼 비계열사 지분의 추가 매각이 이어질 수 있다.
HDC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지분 1.3%(330만6천 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장외주식 정보제공 사이트 피스탁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주식 매매가격은 현재 1주당 3만~3만6천 원에서 형성돼 있다. 시세에 따라 HDC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지분가치를 단순계산하면 1천억~1200억 원 수준이다.
HDC는 애초 삼양식품과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HDC그룹의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해결과 순환출자 고리를 푸는 데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자회사가 손자회사가 아닌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제한 요건’을 두고 있는데 HDC의 자회사 HDC아이서비스, HDC아이앤콘스, HDC현대EP가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HDC아이콘트롤스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이 요건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HDC는 4월 HDC아이서비스 등으로부터 HDC아이콘트롤스 지분 29%을 488억 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직접 편입하면서 행위제한 요건을 해결했다. 삼양식품과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활용하지 않고 자체 자금을 사용한 것이다.
향후 순환출자 고리까지 끊어내기 위해서는 HDC아이콘트롤스가 들고 있는 HDC, HDC현대산업개발, 부동산114 등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지분들의 가치는 모두 780억 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HDC가 아닌 제3자에게 HDC아이콘트롤스의 지분을 팔게 되면 HDC그룹은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HDC그룹 관계자는 “이번 HDC의 삼양식품 지분 매각은 신규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와 비계열사 지분 처분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며 “지주사 HDC가 보유한 비계열사 지분의 추가 정리 여부는 향후 사업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