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조는 파생결합증권 사태와 관련해 자체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자체 대책위원회는 우리은행 사측이 조직한 태스크포스와 파생결합증권 사태 수습을 함께 논의하고 직원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전국 37개 영업본부에 현장지원반을 만들고 파생결합증권상품을 판매한 영업점 직원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있기도 하다.
우리은행 노조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두고 사측과 다투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노사가 파생결합증권 사태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 협력을 통해 수습에 나서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노조의 지원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과 함께 파생결합증권 사태에 휘말린 KEB하나은행은 노조가 사측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노사관계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21일 파생결합증권 사태가 경영진의 무능 때문에 발생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우리은행 노조도 KEB하나은행 노조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면 금감원 특별검사가 2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 조직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었다.
우리은행 노조가 파생결합증권 사태 같은 위기에서 노사협력을 선택한 점을 놓고 손 회장이 그동안 노사관계에 공을 들여온 효과를 봤다는 시각도 있다.
손 회장은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 취임식에서 “조직의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하며 노사화합을 강조했다.
지난해 주52시간 근무제를 은행권에서 최초로 도입하고 노조의 임금피크제 진입시기 연장안을 받아들여 일찌감치 임금단체협상을 끝내는 등 노조 친화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도 이에 화답하듯 손 회장의 여러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8월부터 당시 우리은행장만 맡고 있던 손 회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직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며 손 회장의 주가부양 전략을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도 노사관계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절에 노사가 ‘정부 대 노사’로 활동하며 협력해 온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의 탄탄한 노사관계는 파생결합증권 사태라는 위기를 맞은 손 회장에게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 노사관계를 살펴봤을 때 금감원 특별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노사가 이를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며 “손 회장이 파생결합증권 위기를 넘을 때까지 노조의 적극적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