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나 볏집에서 포도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든 액체연료로 휘발유와 혼합해 차량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연료다.
GS칼텍스는 2016년부터 500억 원을 투자해 여수 공장에 생산설비를 짓고 2018년부터 시범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허 사장은 대체연료의 수요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추가 투자를 보류하기로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유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바이오부탄올사업의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바이오 부탄올사업을 전면 폐지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부는 여전히 존속하되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올해 5월에도 정유사업 빅 데이터를 위해 투자했던 솔루션 전문업체 N3N의 지분을 매각했다.
허 사장이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을 보류하거나 정리하며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석유화학업황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사업으로 비중을 옮기고 있는 다른 정유업체에 비해 정유사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GS칼텍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액 중 77%를 정유사업에서 냈다.
GS칼텍스는 올해 2분기에 정제마진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59.5%까지 줄어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국제유가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정제마진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밑도는 배럴당 2~3달러를 보였다.
2분기 실적 부진은 석유화학사업에서 가장 매출액 점유율이 큰 파라자일렌 스프레드(판매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가 떨어진 탓도 있다. GS칼텍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GS칼텍스의 매출액 중 파라자일렌은 8.8%를 차지한다. 파라자일렌 스프레드는 올해 2분기에 톤당 349달러로 1분기보다 35.3%가 떨어졌다.
GS칼텍스는 에틸렌 70만 톤, 폴리에틸렌 50만 톤을 생산하기 위한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고 있지만 2021년 완공 예정이라 아직은 수익이 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허 사장은 GS그룹과 논의를 거쳐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바이오부탄올사업을 보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불황을 뚫고 나가기 위해 조직 분위기 쇄신에도 나섰다. 올해 7월 열린 사내 상반기 경영현황설명회를 실시간 생중계하고 사내 메신저로 접수된 질문에 대답하는 등 수평적 토론을 시도했다.
허 사장은 올해 1월 취임 직후 대전 GS칼텍스 연구원들과 연 간담회에서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 달성을 위한 실행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허 사장이 취임 이후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사장은 전기차 충전사업에 진출하는 등 미래를 위한 포석도 깔았다.
주유소를 전기차 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해 전기차, 자율주행카, 자동차 공유사업 등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5월부터 서울시내 7개 주유소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 8대를 설치하고 부산, 광주 등 주요 도시에 15개 주유소에도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는 등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했다.
허 사장은 모빌리티업체들과 다양한 업무협약을 하는 등 관련 업체와의 협업에도 힘쓰고 있다.
2018년 말에는 자동차공유업체인 그린카에 350억을 투자해 10%의 지분을 확보해 모빌리티 거점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으며 LG전자와는 2019년 1월에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