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보수적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손 회장은 집단의사결정체제를 독려하고 여성관리직 비율을 높이기로 하는 등 수직적이고 남성주의적 성향이 강한 금융권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손태승, 집단의사결정과 여성임원 확대로 우리금융 조직문화 바꾼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6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투자은행(IB)그룹'은 팀장급까지 참가하는 집단의사결정체제인 ‘IB리스크심의회’에서 투자 여부를 1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우리은행 투자은행그룹은 최근 조직개편을 거쳐 3부 12팀으로 구성을 바꿨다. IB리스크심의회에는 그룹장을 포함해 부서장 3명과 팀장 12명이 모두 참가해 투자안건을 논의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리스크심의회는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며 “투자은행그룹장이 심의회에서 구성원들 의견을 무시한 독단적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상명하복'식 수직적 문화가 강한 은행권에서 이런 의사결정방식은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은행권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데 경영진 전결 등 단독의사결정 방식을 대부분 이용해 오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투자은행그룹의 집단의사결정체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결정에서 집단의사결정은 단독의사결정보다 속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다수의 검증을 거쳐 더 철저한 위험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은행 투자은행 조직은 최근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굴리는 투자금의 규모도 함께 커졌다. 손 회장으로서는 이전보다 더 철저히 위험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게다가 집단의사결정체제는 조직원 사이의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은행의 보수적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손 회장의 뜻에도 잘 부합한다.   

은행의 보수적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은 손 회장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손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순혈주의’로 대표되는 은행의 보수적 조직문화가 “큰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 회장은 이를 바꾸기 위해 외부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부서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등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2일 여성가족부와 여성관리직 비율을 높이기로 맺은 협약도 보수적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손 회장의 노력으로 파악된다. 

이 협약은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우리금융그룹의 계열사들이 2022년까지 각각 부장과 부부장의 여성비율을 최소 현재의 60%에서 최대 200% 넘게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 회장은 이 협약을 통해 차세대 여성지도자 양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지난해 이화여자대학교와 매일경제미디어그룹이 선정하는 ‘양성 협업지수’ 평가에서 우리은행이 삼성전자와 함께 대상을 수상하는 등 보수적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손 회장의 노력은 일부 빛을 봤다.

산업계에서도 가장 보수적 조직문화를 갖춘 은행이 이 상을 차지한 것을 놓고 우리은행의 조직문화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를 모든 조직에 보급하고 여성임원 비율을 확대해야 하는 등 손 회장의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시선도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산업계에서 가장 낮은 여성임원 비율과 강한 수직적, 관료적 의사결정구조를 보이는 곳”이라며 “이는 국내의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문제로 금융회사들이 이른 시일 안에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