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PC온라인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크게 흥행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려준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15일 ‘에픽세븐’과 ‘로스트아크’ 등 각 게임 이용자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을 살펴보면 두 게임을 그만둔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에픽세븐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가 주력하는 모바일게임이며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RPG가 7년 동안 공들여 내놓은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게임회사가 게임을 내놓으면 신규 이용자가 생겨나듯이 이탈하는 이용자도 으레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게시판 글들은 하나같이 게임 운영을 문제 삼고 있다.
게임은 잘 만들었지만 스마일게이트가 운영을 잘못해 게임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이 게임운영에 이토록 소홀하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아이러니하게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오랫동안 흥행하는 점을 꼽는다. 크로스파이어로부터 나오는 현금흐름이 회사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의장은 2002년 회사를 세워 2007년 한국, 2008년 중국에 1인칭 총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출시했다.
이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1인칭 총게임의 대명사가 됐고 스마일게이트그룹에 꾸준히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권 의장은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으로 올해 한국인 부자 순위 8위에 올랐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한국 게임회사 가운데 3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이처럼 크로스파이어로 단번에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게임회사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인 게임운영과 관련한 노하우는 쌓지 못했다.
매출 90%가 나오는 크로스파이어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텐센트가 배급하고 운영해왔다.
권 의장이 게임 배급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바일게임 배급을 위해 팜플, PC온라인게임배급을 위해 스마일게이트인터넷을 설립하고 2014년 이 회사들을 합병해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를 세웠다.
그러나 텐센트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크로스파이어로 스마일게이트그룹이 매년 매출을 5천억 원씩 안정적으로 벌어들이고 있으니 배급사업에 충분히 힘을 쏟을 동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해마다 영업손실을 200억~300억 씩 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게임운영을 둘러싼 나쁜 평판 때문에 일렉트로닉아츠의 ‘니드 포 스피드 엣지’ 배급권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넥슨이 제시한 가격의 2배인 100억 원을 부르고도 계약을 넥슨에 뺏겼다.
최근에는 ‘트리플 판타지’ 개발사 겜플리트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에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게임을 자체 배급하기로 했다. 겜플리트는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가 게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권 의장이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100% 들고 있어 외부의 ‘채찍질’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운영 소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는 2014년 지분 획득으로 편입한 선데이토즈가 유일하다.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이용자들의 불만에 15일 오후 7시 에픽세븐 이용자 100명을 초청해 뒤늦게 게임운영 전반을 놓고 간담회를 열지만 이용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날 로스트아크를 그만둔다는 한 이용자는 “처음에 로스트아크는 노력으로 캐릭터를 키우는 맛이 있었지만 이제는 ‘즉시 완료’ 상품과 과금이 필수인 과제 등으로 재미가 없어졌다”며 “다시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이 내놓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 의장은 지난해 9월 로스트아크를 선보이며 “첫 사랑은 나도 모르게 왔다가 사라지는 것, 그래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더 큰 것 같다”며 “로스트아크가 어떤 사람에게 첫 사랑 같은 게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첫 사랑의 열정이 식어가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