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에서 뛰고 있는데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한국 방문 때 만날 기회를 잡지 못해 아쉬움을 꼽씹게 됐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에너지와 자원분야에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 한국전력공사 측과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
 
'원전 수주전' 김종갑, 한국 온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못 만나 '아쉬움'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 사장은 2018년 4월 취임한 뒤로 세 차례 사우디아라비아로 직접 가서 한국형 원전 기술을 알리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수주에 열의를 보였지만 이번 빈 살만 왕세자 한국 방문 때는 홍보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4GW급 원전 2기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5개 나라 기업들이 입찰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규모는 13조 원에서 22조 원, 많게는 34조 원까지도 추정되고 있다.

3월이면 2차 예비사업자 선정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고 2020년은 돼야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 로이터에 따르면 입찰결과 발표가 미뤄지는 사이 미국은 3월 미국 원전 관련 기업 7곳에 사우디라아비아로 원전기술을 수출할 수 있도록 승인을 내줬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기업들과 예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등 미국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컨소시엄을 결성해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수주를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상을 해야 할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되는 셈이다.

특히 미국과 컨소시엄을 결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분담할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하고 원전 설계의 핵심인 원자로 기술을 한국의 APR1400과 미국의 AP1000 가운데 어떤 것으로 할지 관련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미국의 AP1000이 적용되더라도 협상을 어떻게 끌어가느냐에 따라 한국전력기술이 종합설계를 맡고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등 외주 생산을 맡을 수 있다.

한전KPS도 원전 정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할 수 있고 관련 제조업체와 건설사는 발전보조기기(BOP) 설비와 시공 등을 맡을 수 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전 건설 발주 전에 한국과 미국의 컨소시엄 구성에 따라 예비사업자를 2~3개 나라로 좁히는 발표를 할 수도 있다”며 “미국 원자로 기술 AP1000이 채택돼도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한전KPS 등의 역할은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방문 때 원전과 관련해서는 실무적 협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 발표문에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 지속적 협력을 강조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최초의 상용 원자력발전사업 입찰에 대한민국이 계속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종갑 사장은 2018년 한국전력 사장에 임명될 때 원전 수출 등에서 외교적 협상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 사장은 1978년부터 상공부 등 공직에서 15년 동안 미국 통상분야를 담당하면서 ‘미국 통상 분야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201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글로벌 에너지기업 한국지멘스 사장에도 올라 국제감각을 쌓아왔다.

김 사장은 2019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알 술탄 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 원장 등 현지 원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전력이 경쟁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아랍에미리트(UAE) 등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부지와 환경에서 원전을 건설해 본 경험을 보유했다”며 한국의 원전 건설 경쟁력을 알렸다.

김 사장은 2018년 8월과 10월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한국 원전 건설사업 준비현황과 현지화 전략, 인력 양성방안 등을 알리고 현지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