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사장이 막대한 리콜 비용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올해 1분기 리콜에만 13억 달러(약 1조3468억 원)가 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GM이 2009년 파산 후 처음으로 분기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M 리콜비 1조3천억, 바라 수렁에 빠지다  
▲ 메리 바라 GM 사장
GM은 10일(현지시각) 2014년도 1분기 리콜 예상 비용이 13억 달러라고 밝혔다. 기존 추정치인 7억5천만 달러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전자식 파워스티어링과 점화 장치 등 부품 관련 문제로 리콜한 차량만 전 세계 기준 630만 대이기 때문이다.


이중 불량 점화장치 때문에 리콜한 차량 260만 대에 문제가 또 터졌다. 지난달 시동 잠금장치 실린더 결함이 새턴 이온(2003~2007년) 등 총 6종의 차량에서 뒤늦게 발견됐다. 이 경우 주행중 시동키가 실린더에서 빠져나온 뒤 엔진이 꺼지지 않고 계속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결함 차량 중 220만 대는 미국에서 팔렸으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각각 36만7972대와 2만558대가 팔렸다. 나머지 1만1672대는 전 세계 시장에 판매됐다.


GM은 자체 조사 결과 점화장치 결함으로 총 31건의 사고가 접수됐으며 사망자는 1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결함의 경우 운행중 점화 스위치가 갑자기 꺼지면서 에어백 등 차내 전기 시스템 작동이 멈춘다. GM은 2003년 2월 이 문제를 처음 파악했으나 지난 2월 대규모 리콜이 발생하기 전까지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 1월 ‘GM 최초 여성 CEO’이 된 바라 사장은 이번 대규모 리콜 사태로 경영능력을 시험받게 됐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GM이 대규모 리콜 비용 때문에 올해 1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GM 은 오는 2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바라 사장은 지난 1일과 2일 연이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리콜과 관련해 공식사과했다. 그는 “차량 결함으로 피해를 본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리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2일 리콜사태 해결을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한 전담기구를 편성하기로 했다. 이를 전담할 인사로 케네스 파인버그가 선임됐다. 그는 정유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기름 유출 사건과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피해자 보상 문제를 담당했던 베테랑 변호사다. 파인버그는 "GM의 리콜사태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내 임무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바라 사장의 대처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가 청문회에서 “빠른 리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구체적 이유는 나도 모른다”고 발을 빼는 태도를 보인 것도 좋지 않은 평을 받았다.


바라 사장이 유족들에게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던 것도 실현 가능성이 의심된다. 미국의 파산보호신청 절차인 ‘챕터 11’에 따라 GM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2009년 이전에 일어난 사고에 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조사에도 여전히 ‘늑장대처’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다. 이번 리콜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8일(현지시간) GM에게 ‘질문 대응이 늦다’며 2만8천 달러(약 3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점화장치 결함 리콜에 관한 질문지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교통안전국은 지난 3일까지 답을 받는 조건으로 107개 문항을 포함한 질문지를 GM에 전달했다. 그러나 약 65%의 답변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안전국은 GM의 답변이 늦어질 때마다 하루 당 7천 달러를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