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첫 단추를 꿰는 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사는 상견례를 2주 가까이 미뤄왔는데 사실상 올해 임금협상 안건에 노사가 이견을 보일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GM 노사에 따르면 교섭 장소를 놓고 노사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주 회사쪽에 11일 한국GM 인천 본사 복지회관 3층 노사협력팀 대회의실에서 2019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자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회사는 교섭장소를 바꾸자고 여러 번 요구했던 만큼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기존 교섭장소 대신 본사 건물에 있는 회의실에서 교섭을 진행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한국GM은 기존 교섭장소에 통로가 한 곳 뿐이라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교섭장소를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노조 집행부가 사장실을 점거한 일이 있었으니 '탈출로'가 확보될 수 있는 곳으로 교섭장소를 바꾸려는 것이다.
노조는 다섯 차례나 회사 쪽에 상견례를 제안했음에도 회사가 교섭장소를 이유로 상견례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두고 회사가 임단협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꺼려져 교섭장소를 핑계 삼아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GM이 생기고 나서 교섭장소를 단 한 차례도 바꾼 적이 없다”며 “회사가 교섭을 피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교섭장소를 두고 노사 사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상견례를 시작하지 못했다며 교섭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직원의 안전이 확보된 장소에서 교섭이 진행돼야 한다”며 “조속한 교섭 개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노사가 상견례부터 난항을 겪는 것을 두고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GM 본사의 구조조정 압박이 심해 노사 모두 임단협 타결에만 신경을 썼는데 올해는 경영상황이 나아진 만큼 지난해 서둘러 봉합했던 안건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일시금 1650만 원을 비롯해 직원 복지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복지와 관련한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회사가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는 복지를 축소하기로 합의했는데 갑작스레 노조가 이 부분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자고 해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좋아진 데다 지난해 노조가 상당 부분을 양보했던 만큼 회사쪽이 충분히 수용 가능한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회사 상황이 정말 안 좋아서 조합원들이 희생하면서 많은 것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며 “교섭에 들어가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공개된 요구사항들은 모두 회사가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사는 애초 5월30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2019년 임금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까지 모두 다섯 차례 상견례를 추진했는데 모두 무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