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 서구 '붉은 수돗물' 사태에 초동대처 미흡해 궁지에 몰려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오른쪽)이 5일 서구지역 수질피해와 관련해 현장점검을 마친 뒤 서구청 상황실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의 미숙한 대응과 붉은 수돗물 사태가 계속 이어지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5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5월30일 인천 서구의 검암, 백석, 당하동 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현재까지도 붉은 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팔당취수장의 수돗물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졌고 이에 따라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나오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이 붉은 수돗물 사태를 놓고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인천시의 초기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일 수질검사를 의뢰한 57건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마셔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민 서구 주민들은 검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티니 등에 붉게 변한 수도 필터 사진 등을 올리며 여전히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데 어떻게 적합 판정이 나올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인천시는 3일 오후 8시22분경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며 시민들에게 붉은 수돗물 신고를 당부했는데 문자 끝부분에 ‘긴급재난문자 아님’이라는 문구를 더해 논란이 일었다.
 
서구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재난문자 아님이라는 문구는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라며 “물을 마시라는 건지 마시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재난이 아니니 그냥 알고만 있으라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인천시는 “재난이라고 하면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적게 하려는 조치였는데 다소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 서구 적수 유입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박 시장은 3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페이스북을 통해 인천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박 시장은 “피해지역 주민들과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고 신고하고 항의하던 주민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응대한 것이 불신을 확대하지 않았나 싶다”며 “지역주민들게 걱정을 끼친 점 시장으로서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준하 행정부시장도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긴급대책을 내놨다.

박 부시장은 “직접적으로 수돗물 수질 피해를 입어 고통을 받고 있는 서구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수돗물 수질문제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계실 인천시민 여러분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15명 안팎으로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 및 조사 △피해지역 안의 공동주택 저수조 청소 △피해지역 수도요금 1개월 면제 △학교 정수기 필터 시비로 교체 △시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수질검사 지속적 실시 등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서구 주민들은 주말 동안 이미 불편을 겪은 뒤라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상수도 사업본부는 5월31일부터 3일까지 모두 542명이 비상근무에 투입됐지만 인천시는 4일 오후가 돼서야 비상대책지원단 현장가동반을 구성해 서구에 보냈다.

박 시장이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붉은 수돗물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구 주민들은 4일 시청 앞에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고 인천시에 문제 해결 및 보상책 제시를 촉구했다.

중구 영종지역 주민들도 5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종지역도 붉은 수돗물 피해를 입었다며 인천시에 피해보상 및 대책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인천시교육청은 5일 오전 기준 붉은 수돗물 피해 지역인 서구와 중구 영종도 지역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등 65곳에서 자체 조리한 급식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