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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우리투자증권과 농협금융의 화학적 시너지를 이뤄낼 수 있을까?
NH농협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10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투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를 매듭지었다. 인수가격 등 세부조건 협의가 최종 완료됐고 이제 우리금융 이사회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가격은 1조500억 원으로 결정됐다.
임 회장은 그동안 인터뷰를 통해 인수의 목적은 '사람'에 있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 혼자는 능력이 없다"며 "한 두 사람의 힘으로도 힘드니 새로운 세력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력으로 우리투자증권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계 1위사로 1등 문화를 갖추고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라며 “이런 문화를 반드시 농협금융에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회장 뜻의 실현이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협상을 매듭짓기도 전에 양사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NH농협증권 노조원 150여 명은 NH농협증권 여의도 본사 9층 강당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조원들은 향후 농협금융의 구조조정이 우리투자증권의 기준에 맞춰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반발했다.
이날 예정됐던 안병호 농협증권 사장의 취임식은 취소됐다. 대신 안 사장은 노조가 요구한 “합의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도 행동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은 8일 NH농협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재진 노조위원장은 “3주 전 농협금융지주가 인력 효율화 방안을 회사로 보냈다”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던 농협금융지주가 뒤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향후 5년간 농협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독립경영을 했기 때문"이라며 "농협중앙회의 낙하산 인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농협은 성과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철밥통' 조직이라는 오명을 들어왔다. 농협은 해마다 전산사고를 겪고도 최근에 농협카드에서 또 고객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사실을 숨겨오다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종룡 회장이 의도한 대로 농협의 철밥통 문화가 변화를 중시하는 우리투자증권의 문화와 잘 융합될 수 있을까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임원은 "NH농협금융이 인수 후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한 만큼 당분간 두 회사를 분리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가시적 효과는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조정도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영업점이 겹치는 상황에서 누구를 남기느냐를 놓고 대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조조정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영업점 중복 때문에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