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대어급'으로 불리는 SK바이오팜의 상장 대표주관을 맡았으나 바이오기업의 불신 탓에 올해 안 상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이 하반기 기업공개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제동이 걸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하는 데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것과는 반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SK바이오팜 상장 추진 일정을 놓고 "현재 상장 절차에 따라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장 목표일에 맞춰 상장 준비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3월26일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으며 4월4일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한 지 2주 만에 주관사 선정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를 지켜보면서 올해 안에 상장을 급하게 진행하기보다 하반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인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허가 여부를 확인한 뒤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는 2017년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최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로 드러나면서 판매허가가 취소됐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로 자본시장에서 바이오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신뢰가 떨어졌다.
SK바이오팜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매허가 등의 불확실성을 없앤 뒤 상장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이 기업공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올해 안에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상장주관 규모 1위를 탈환하려는 NH투자증권의 계획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노바메이트의 최종 판매허가 여부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약 10개월의 검토기간을 거쳐 올해 11월21일에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 진행되는 상장절차를 고려하면 올해 안에 상장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상장 예비심사를 거치는 데만 2~4개월가량 소요된다.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로 거래소가 상장심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심사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미국 판매허가 결과발표 이후 상장할 것”이라며 “상장 예비심사 청구 등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기업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기업공개 실적 1위에 오른 뒤 2분기에도 SNK,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상장을 마무리하면서 상승세를 이어왔다.
SK바이오팜은 기업가치 5조~7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공모규모는 기업공개 과정 등을 거쳐 결정되지만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대어급으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연기한 데 이어 교보생명도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 사이 분쟁으로 상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SK바이오팜이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시장에서 NH투자증권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처럼 규모가 큰 기업은 상장과정에서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SK바이오팜 상장일정이 연기되더라도 큰 기업 상장에만 매달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부진할 성적을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