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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조의 '형제애'를 불러내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5-30 14: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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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조의 '형제애'를 불러내
▲ 박근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왼쪽), 하부영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현대중공업지부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반대를 계기로 다시 손을 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명분으로 노동법을 개정하려 하자 2016년 공동파업 전선을 꾸린지 약 3년 만이다.

현대차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30일 오후 5시에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주관하는 한마음회관 주총 저지투쟁(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석한다.

현재 한마음회관에는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 1천여 명이 전면파업하면서 주총 개최를 막기 위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이곳에 현대차 노조의 확대간부와 1직 현장조직위원 전원, 희망 조합원들이 합세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 지도부와 조합원이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경찰력 투입이 예상되는 시점에 농성장을 방문하는 것은 두 노조의 연대의지가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노동계에서는 평가한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노동자대회 참석에 이어 주총 당일인 31일에도 현대중공업 노조의 투쟁에 함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29일 현대중공업 노조의 농성이 와해되면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대기업 노조들의 연대를 계기로 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위한 주총이 열리는 현장의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현재 금속노조의 상위단체인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현대중공업 노조의 투쟁에 참석하기 위해 한마음회관 인근으로 모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자들도 이날 거제에서 울산으로 이동한다.

영남권에 있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모두 모이면 최대 4천 명가량의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의 주총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셈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함께 파업투쟁에 나서는 것은 2016년 이른바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투쟁을 벌인지 약 3년 만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6년 7월에 동시파업을 수차례 실시했다. 두 노조가 동시에 파업한 것은 1993년 이후 23년 만이었다.

두 노조는 전국금속노조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현대중공업이 당시 경영위기를 이유로 감원을 추진하고 있었던 점도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손을 맞잡았던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년에 누적 영업손실 약 4조8천억 원을 낸데다 2016년에 유례없는 수주 불황을 마주하면서 노동자 수천 명을 내보냈다.

현대중공업이 추진하는 물적분할을 보면 현재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의 절반은 중간지주사로 설립될 한국조선해양이 차지하게 되지만 부채의 95%는 현대중공업이 안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노동조건을 고치거나 감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반대하는 것인데 현대차 노조도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조의 '형제애'를 불러내
▲ 영남권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30일 울산 한마음회관 일대에서 열리는 현대중공업 주총 저지 투쟁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진행되면 현대중공업은 연구소도 없는 생산하청기지(깡통회사)로 전락하고 부채만 7조 원을 떠안는 적자회사가 된다”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겐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의 고통만 남기에 (그들은) 목숨 걸고 결사항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과거 현대그룹에 함께 소속돼있던 1990년대에 연대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1990년 현대중공업의 노조 와해 시도에 맞서 약 3주 동안 진행된 ‘골리앗 투쟁’이 그것이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경찰력 투입에 맞서 골리앗크레인 점거로 맞대응했는데 현대차 노조도 힘을 보탰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현대중공업 변론을 위해 고공농성장을 찾았던 사실이 지난 선거 기간에 알려지면서 주목받았을 정도로 노동운동의 한 획을 긋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우리에겐 1990년 4·28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의 경찰력 투입 저지라는 자랑스러운 연대투쟁의 역사가 있다”며 “우리는 30년 연대투쟁의 피로 맺어진 형제노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노조에 이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현대중공업 임시주총장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예정대로 임시주총을 열기 위해 현장에 회사 관계자 수백 명을 배치했다. 한마음회관의 시설물 보호를 명목으로 3차례나 경찰에 조합원의 퇴거를 요청한 상태이기도 하다.

노조는 경찰의 강제 해산 시도에 대비해 저항수단으로 사용할 각종 물품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조합원 해산에 나서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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