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남은 분기에도 본업인 항공엔진사업에서 영업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엔진사업에서 올해 2, 3, 4분기에 각각 180억 원, 110억, 1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항공엔진사업에서 본 영업손실 190억 원을 더하면 2019년 전체 예상 손실 규모는 660억 원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이 항공엔진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2018년 4월 한화테크윈의 보안(시큐리티)사업부문을 떼어낸 뒤 새로 출범한 방산 계열사로 지금껏 개별기준으로 분기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신 대표는 한화테크윈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이끌며 항공엔진사업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지만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 대표는 9일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설을 직접 부인한 데 이어 16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출범 이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경남 창원 공장을 공개한다.
1월에는 한화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함께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재 항공엔진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 점이 신 대표의 실적 부담을 다소 가볍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기어드터보엔진(GTF) 개발을 위해 프랫앤휘트니(P&W)와 국제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맺었는데 매분기 이에 따른 대규모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공동개발사업은 개발부터 양산, 사후 관리까지 대규모 비용이 드는 항공엔진사업의 위험 부담과 수익을 투자업체들이 참여 지분만큼 나눠지는 사업방식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에 이와 관련해 비용 230억 원이 발생했다.
2018년 1분기 184억 원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이 비용이 없었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항공엔진사업에서 영업이익 40억 원을 볼 수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고 국제공동개발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은 세계 항공엔진시장에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다.
기어드터보팬 엔진은 유럽의 ‘에어버스 A320네오’ 등의 여객기에 장착되는 차세대 엔진으로 앞으로 민항기시장을 주도할 중소형 여객기 엔진으로 평가된다.
기어드터보팬 엔진은 수명연한이 45년가량으로 한번 판매되면 수익성 높은 유지보수실적이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장점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기어드터보팬 엔진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900대를 예상한다”며 “유지보수 매출 비중도 지난해 11%에서 올해 13%로 확대돼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랫앤휘트니의 GTF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가 꾸준히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는 점도 신 대표 행보에 자신감을 더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에서 방산 계열사를 이끄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데 자회사인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테크윈, 한화파워시스템 등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연결기준 실적이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의 전폭적 지지도 신 대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8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7년 만에 베트남을 찾았다. 김 회장은 2018년 말 한화의 항공사업과 공장기계사업 양도, 올해 하반기 한화시스템 상장 등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지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국제공동개발사업자로서 위상에 힘입어 글로벌 엔진제조업체의 수주가 크게 늘고 있다”며 “꾸준히 사업경쟁력을 강화해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1964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한화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한화맨’이다.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합병후통합(PMI)팀장을 맡으면서 존재감을 보인 뒤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