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대규모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주주환원정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달러화와 해외 통화 채권을 연이어 발행하고 있다.
애플은 해외에 보관중인 현금을 들여오는 것보다 돈을 빌려 쓰는 것이 경제적이라 앞으로 채권 발행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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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애플은 연이은 회사채 발행으로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월 65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회사채도 발행했다.
애플은 최초로 엔화 표시 채권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유로 표시 채권과 올해 초 스위스 프랑화 채권도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해외 채권 발행에도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달러 채권 발행 금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이번 달러 채권 발행 금리는 4.397%로 2월 발행한 달러 채권 금리보다 0.9% 높다.
반면 애플이 스위스에서 발행한 13억5천만 달러 규모 채권의 금리는 최대 0.75%에 그쳤다. 애플은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리가 낮은 해외 통화 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잇따른 채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주주환원정책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최근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을 확대하며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루카 매스트리 애플 CFO는 지난달 애플의 1분기 실적발표에서 “애플은 투자자들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매년 배당을 늘릴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회사채를 발행해서라도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주주배당을 이전보다 11% 늘리며 자사주 매입 규모도 확대해 2017년까지 총 2천 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대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채권 발행을 통해 주주 환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지난 3월 19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업계에서 애플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대부분의 현금이 미국 외 다른 국가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애플은 해외에 보관하는 현금을 미국으로 들어오려면 30% 정도의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애플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자금 조달에 더 유리한 방법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애플의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무디스 기준 Aa1, 스탠다드앤푸어스 기준 AA+로 사실상 최상위에 속한다. 따라서 돈을 빌릴 때의 이자비용이 낮아 해외에서 현금을 들여오는 데 드는 세금보다 채권 발행으로 돈을 빌려서 쓰는 이자가 더 경제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애플이 앞으로 채권 발행을 더 늘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조던 채플린 크레딧사이츠 연구원은 “지금 애플의 상황에서는 돈을 빌려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레온 버거 프린시펄글로벌인베스터스 연구원은 “애플의 신용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이자 부담이 적다”며 “애플은 대규모의 채권 발행을 올해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