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발 앞서 펼쳤던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들이 다시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이 시작한 미세먼지대책이 2019년 2월부터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전국적 미세먼지 저감조치 매뉴얼로 자리잡았다.  
 
미세먼지 대란에 박원순이 펼쳤던 '선구적 저감조치' 재평가 받아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은 2017년 5월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에서 “미세먼지는 심각한 재난이라고 선포”하며 “미세먼지 고농도시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독자적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박 시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 "시민 불안을 필요 이상으로 조장한다", "과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등 반발이 나왔다.

하지만 미세먼지 피해가 해를 넘길수록 심각해지면서 ‘과한 것이 안한 것보더 나은’ 상황으로 역전됐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선포한 박 시장의 주장이 국가적 동의를 얻은 것이다. 

서울시가 제안했던 미세먼지대책들도 재평가받고 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는 주택에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강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박 시장은 12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친환경 보일러는 노후 보일러와 비교해 가스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제안한 미세먼지대책이 받아들여졌다”고 반색했다. 

2017년 박 시장은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제시하며 서울에 공용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시행했다.

공용차량 2부제는 2019년부터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전국적인 대응 매뉴얼로 자리잡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는 정책은 세 차례 시행 후 예산문제로 중단됐다. 하루 약 45억 원의 예산이 소요돼 예산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았다. 

그러나 대중교통 무료정책 역시 다시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시행 초기에는 무리하다고 지적받던 대책들이 미세먼지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사회구성원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한 발 앞서 시행한 미세먼지 저감조치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조례를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앞서 제정했다. 배출가스 5등급 경유차량 운행 제한 역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시행했다. 

2월 15일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이후 첫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2일에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총 8627대 적발됐다. 비상저감조치 시행 전에 비해 5등급 차량 운행이 21.2% 감소했다. 7일 서울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수도권 중 가장 먼저 '보통'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시는 6월1일부터 단속대상을 중량에 상관없이 전국에 등록된 5등급 차량 전체(245만 대)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미세먼지 피해가 심한 강북 4대문 안 지역을 녹색교통 진흥지역으로 지정해 노후 차량 및 5등급 경유차량 운행을 상시적으로 금지한다. 

2017년 같은 대책을 내놨을 때는 "4대문 안에 헌 차는 나가란 거냐", "새로운 빈부 차별이다"는 등 강한 반발을 샀지만 2018년 8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고시 확정을 받고 시행이 확정됐다. 서울시는 노후 경유차량의 제한을 두고 제한 등급 및 범칙금 수위 등을 조율 중이다.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정부의 대응보다 앞서 나간 것은 시민인권운동가 출신의 박 시장이 환경정책에서도 과감한 정책을 뚝심있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시장이 3선 재임하며 8년 동안 정책방향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다.

박 시장은  자신감을 얻어 9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미세먼지, 이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미세먼지 시즌제를 들었다. 그는 “일상적 대책이 전제돼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 자동차와 교통분야 혁명적 시도 등 앞으로 서울시는 한 발 빠른 미세먼지대책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세먼지 시즌제는 평시에 하던 저감조치를 특정기간을 두고 강화하는 것이라서 충분히 준비해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