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산업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자동차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 가늠하기 어려워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어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기업과 자동차 부품기업들은 미국 관세 부과정책 변화에 상황별 대응전략을 마련하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지 여부 외에 어떤 국가에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지에 따라서도 한국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멕시코가 25%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일본과 유럽연합에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것을 한국자동차산업에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꼽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가운데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약 15만 대로 대미 수출물량의 1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 고율 관세가 면제되는 게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유리하다.
반면 미국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과 유럽연합이 생산하는 자동차에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한국이 관세 적용 대상국에 포함되더라도 멕시코가 제외된다면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특히 멕시코 공장의 활용도가 높은 기아차가 받는 영향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연구기관과 자동차업계에선 한국이 고율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유력 자동차 연구기관 자동차연구센터는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고율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은 과거 철강 관세와 관련한 보호무역 조치를 성공적으로 협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한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최근에 무역협정을 재개정했기 때문에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를 낙관할 근거가 아직까지는 부족한 데다 불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취임식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완성차와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금액은 2017년 기준 240억 달러로 미국을 향한 총수출의 33.7%이며 국내총생산(GDP)의 1.6%로 조사됐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6만 대 줄어들고 국내 일자리 감소 등 자동차산업 외에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분석됐다.
문평기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분야의 호혜적 성과와 한국 자동차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강조해 한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대상이 아님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2월17일 무역확장법 232조의 자동차산업 적용과 관련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5월 중순까지 관세 부과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결정되면 6월경 조치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