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회수방안을 제시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13일 교보생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재무적투자자 지분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성공 뒤 차익 보전이라는 3가지 투자 회수방안을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제시하며 협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신 회장이 제시한 3가지 협상안 모두 신 회장의 교보생명 경영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유지하면서 재무적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한 유동화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기 때문에 신 회장이 교보생명의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나 기업공개를 한 뒤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 역시 신 회장이 교보생명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재무적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대형 금융지주에게 재무적투자자들과 신 회장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는 방안은 포함하지 않았다.
신 회장이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풋옵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협상의 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협상은 신 회장이 제시한 3가지 협상안을 재무적투자자들이 받아들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신 회장은 이번 협상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지분 24%의 가치에 관한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 산정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야 신 회장이 제시한 협상안이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가치를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자산유동화증권 발행가격, 금리 등이 결정되고 지분 매각가격이나 공모가와 차액을 계산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결국 재무적투자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 제시돼야 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체적 방법이 논의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이 지분가치에 관한 의견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은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주당 40만9천 원을 요구했는데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대형 금융지주에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 공동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단 재무적투자자들은 신 회장이 제시한 협상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한 뒤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도 재무적투자자들의 대응을 기다리면서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인수할 새 투자자를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협상과 관련해 다양한 억측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신 회장이 서둘러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의견 차이가 커서 재무적투자자들이 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