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의 형평성을 바로잡겠다.”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해왔던 말이다. 부동산마다 공시가격과 시세를 비교한 비율이 달라 세금 부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오늘Who] 김학규, 한국감정원 공시가격 형평성 맞추기 고삐 죈다

김학규 한국감정원장.


공시가격은 정부에서 기준이 되는 건물과 토지의 적정가격을 매해 일괄 조사해 알리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감정원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조사해 산정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와 취득세 등의 세금을 매긴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을수록 부동산 보유자의 세금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형평성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한국감정원이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표준 단독주택의 2019년도 잠정 공시가격을 살펴보면 김 원장이 초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높이면서 형평성을 맞추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초고가 단독주택이 많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표준 단독주택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2019년도 공시가격이 2018년보다 5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 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한남동 주택은 2019년 잠정 공시가격 270억 원으로 결정돼 2018년보다 59.8% 오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한남동 주택도 2019년 잠정 공시가격 132억 원으로 매겨져 2018년보다 50% 뛴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의 40~50%대에 대체로 형성돼 60~70% 선인 아파트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단독주택의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가격과 괴리도 컸다.

이번에 한국감정원이 표준 단독주택의 2019년 잠정 공시가격을 2018년보다 크게 올려서 매긴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김 원장이 5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감정원에서 맡기 전) 10년 동안 민간에서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던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바로잡고 있다"고 말했던 방향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감정원은 2017년부터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조사와 산정을 맡고 있다.

김 원장이 단독주택뿐 아니라 아파트 사이의 공시가격 형평성에도 관심을 보여왔던 점을 생각하면 초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서울 아파트라 해도 강남권 아파트는 4월 기준으로 2018년 공시가격이 당시 시세의 60%를 밑도는 반면 강북권은 70%를 넘어서는 등 격차가 상당하다.

이를 놓고 김 원장이 “형평성 문제는 비례에 맞아야 하는데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한 것이 문제”라며 “시세 10억 원인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6억 원이면 시세 1억 원인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6천만 원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김 원장이 이야기해 왔던 공시가격의 형평성과 2018년의 서울 집값 급등을 생각하면 고가 단독주택만큼은 아니더라도 주요 재건축 단지나 중대형,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 인상폭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감정원이 고가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공시가격 인상폭을 키운다면 공시가격을 시세에 걸맞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공시가격 현실화의 요구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2018년 초의 집값 상승분 등을 2019년 공시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조사에 현실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를 국토교통부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김 원장은 그동안 공시가격의 형평성과 현실화는 별개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면서도 “정부와 국회 등에서 공시가격 현실화가 적극 논의되고 있는 상황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은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2019년 1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2019년 4월에 결정해 공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