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4년 건강 이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삼성그룹은 예상보다 빠르게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그동안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남매의 지위가 크게 변했고 그룹 내 비중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건희 와병 4년, 삼성에서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위상도 달라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3세 경영체제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발생한 4년 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기는 했으나 등기임원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그룹 총수의 상징과 같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자리에 오르며 역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에는 삼성전자 입사 25년 만에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 이 부회장을 삼성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하며 총수 지위를 확인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향한 지배력을 높이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변함없는 존재감을 유지한다.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건재할 때부터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책임져 왔다. 이 사장이 맡은 뒤 호텔신라의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오면서 이 사장은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다.

올해 호텔신라는 3분기까지 매출 3조5천억 원, 영업이익 1800억 원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포스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86위에 오르기로 했다.

호텔신라가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아니지만 이 부회장이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2014년까지 이 사장의 배우자였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부사장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며 부부가 모두 경영일선에 있었으나 이혼 소송을 거치면서 임 전 부사장은 삼성그룹을 떠났다. 이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건희 와병 4년, 삼성에서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위상도 달라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반면 삼남매 중 막내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경영일선에서 손을 뗐다. 이 이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맡다가 6일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 이사장은 2014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사장으로 재임하다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 뒤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패션사업은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부진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이사장은 뚜렷한 경영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삼성그룹 사회공헌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이사장의 배우자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역시 2014년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나 제일기획을 거쳐 2018년 5월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김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스포츠 마케팅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한 축을 맡기보다는 이 이사장과 함께 사회적책임(CSR)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