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이 연결된다. 

네트워크 하나로 사람과 사람 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끼리도 상호 유기적으로 소통한다. 
 
KT 화재와 보상, 초연결사회 책임의 기준도 필요하다

▲ 11월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통신국사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등이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1월24일 깊이 150m 지하의 KT 통신구에 불이 났는데 상상 이상의 혼란이 초래됐다.  

통신망 마비는 잠시 동안 휴대전화를 쓸 수 없게 되는 정도의 불편을 낳은 것이 아니었다. 상점, 음식점, 병원 등의 결제 시스템이 일순간 정지됐다. 서비스 제공자도 이용자도 큰 불편을 겪었다. 많은 이들이 금전적 손해도 봤다.

불이 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통신국사 부근의 상점 주인들은 KT가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고 아우성인데 KT는 어디까지, 얼마를 보상해야할지 난감하다.

수십 년 전에는 직접 가게를 방문해 현금을 내고 식사를 했다. 소비자와 상점 주인 둘 만이 거래 당사자였던 셈이다. 피해액 산정이 비교적 간단했다.

현재 LTE 시대에서는 요기요 등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배달하고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라는 새로운 결제수단을 이용해 음식값을 지불한다. 

음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단한 하나의 거래 안에 통신사와 밴사, 카드회사, 각종 페이회사, 다양한 플랫폼업체 등 너무 많은 경제주체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채널 모두를 고려했을 때 재난의 손해 범위를 측정하기 참 난감해진다. 

아현국사 화재와 관련해 KT는 보상 방침을 밝혔다. 유선 사용이 어려워 피해를 본 이들에게는 최대 6개월 이용요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피해보상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책임의 범위와 보상 규모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는 KT에 모든 책임을 묻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기업의 비용 지출은 근거가 있어야 하고 결과가 선례로 남는다는 점에서 KT 경영진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KT에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이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 공급이 끊어져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고 해서 한국전력이 전체 피해를 보상하지는 않는다.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해당 서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입은 피해를 서버 운영회사가 모두 떠안는 것도 아니라는게 논거다. 실제 대부분 계약이 그렇다.

앞으로 초연결사회가 더욱 고도화된다면 피해의 범위는 커지는 반면 책임의 범위는 더욱 불분명해질 수도 있다.

5G 시대에서는 통신이 사람의 눈을 대신해 자율주행차를 굴리고 사람의 팔을 대신해 원격 진료나 수술을 진행한다.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영업을 하지 못하는 정도의 피해를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재난을 마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피해 보상을 둘러싼 논란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낳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리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고 보상의 범위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책임이 있는 곳에 의무가 발생하고 관리가 시작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