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기다리던 ‘소재의 시대’가 마침내 왔다.
접는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 전방산업 제품이 고도화되면서 특수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소재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는데 이제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추진해 온 투명폴리이미드(CPI), 폴리이미드(PI), 폴리옥시메틸렌(POM), 아라미드 등의 소재가 시장에서 점차 각광받고 있어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캐치(CATCH) 2018’을 경영 지침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의 성과를 반드시 붙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그는 “올해는 그동안 노력과 열정이 결실을 맺는 해”라며 “그동안 성과를 토대로 우리 앞에 다가온 절호의 기회를 꼭 잡자”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코오롱그룹은 소재사업에서 고대하던 성과를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을 첫 공개하면서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삼성전자 외에 화웨이, 레노버, LG전자 등도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접는 스마트폰의 핵심 소재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이다. 이 회장은 2006년부터 일찌감치 CPI 연구개발에 나서 2016년 세계 최초로 CPI 개발에 성공했다. CPI@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도 마쳤으며 2018년 4월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라인도 준공했다.
현재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의 초도물량에 들어가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이 확대되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생산능력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시장 규모는 1조2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완전히 개화하면 관련 시장이 4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뿐 아니라 기존 폴리이미드 플름 역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SKC와 합작회사인 SKC코오롱PI를 통해 폴리이미드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의 폴리이미드 플름사업부문을 분리해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단독으로 외국 기업과 경쟁은 어렵다고 보고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SKC코오롱PI는 2014년 판매량 기준 세계 1위에 오르며 합작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C코오롱PI의 지난해 글로벌시장 점유율도 27.9%로 1위였다.
폴리이미드 플름은 모바일 기기 외에 전기차 배터리 절연소재로도 사용된다. 친환경차 확대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많아지면서 폴리이미드 필름 매출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SKC코오롱PI의 전기차 배터리 등 일반산업용 폴름 매출은 2분기에 74%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독일 바스프와 합작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두 회사의 합작사인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은 10월 경북 김천에 폴리옥시메틸렌(POM) 공장을 준공했다. 기존 코오롱플라스틱 김천 공장을 포함해 세계 최대 규모인 15만 톤의 폴리옥시메틸렌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 회장은 2015년 6월 바스프 본사를 방문해 합작사 설립의 물꼬를 텄다. 행사에 참석한 라이마르 얀 사장은 “코오롱은 신뢰할만한 파트너”라며 “이 회장과 미팅을 한 후 조화(케미스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업계가 차량 경량화에 사활을 걸고 있어 폴리옥시메틸렌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바스프와 협력을 통해 폴리옥시메틸렌역량을 강화한 만큼 성장하는 시장에서 과실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듀폰과 오랜 소송으로 이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아라미드사업도 이제는 순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아라미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경북 구미 공장의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50% 증설하기로 했다. 2010년 이후 첫 생산량 확대로 아라미드사업 강화의 신호탄이다.
아라미드는 첨단산업용 섬유소재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헤라크론’이라는 이름의 아라미드를 생산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5년 독자기술로 아라미드 생산에 성공했지만 2009년부터 영업기밀 유출 의혹을 제기한 듀폰과 6년 동안 소송을 벌였다.
이 회장은 듀폰과 2015년 합의를 완료하고 아라미드사업을 정상화했다. 2015년 3분기 아라미드사업은 흑자로 돌아섰고 2017년부터 아라미드 생산라인은 100% 가동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