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 지주사 회장 자리 위로 ‘정부의 입김’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우여곡절 끝에 지주사 회장 자리에 겸직으로 앉았지만 손 행장의 회장 선임부터 임기까지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손 행장이 정부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행장이 우리은행의 지주사 회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8일 확정됐다. 임기는 2020년 3월 주주총회까지 1년이다.
손 행장은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이루고 회장까지 겸직하게 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최대 주주인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결정한 모양새가 됐다.
정부가 이번 우리은행의 지주사 회장 선임을 두고 이전까지 우리은행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에도 “우리은행 지주사 회장이나 행장에 간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예금보험공사가 주주로서 의견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주로서 판단’일 뿐이라며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예금보험공사의 주인인 정부의 의견이 손 행장의 겸직은 물론 임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는 손 행장이 1년 동안만 우리은행 지주사 회장을 겸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정부가 앞으로도 ‘주주로서 판단’을 강조하며 우리은행 지주사에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손 행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주가는 8일 기준으로 1만5950원을 나타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1만6079원조차 밑돌고 있어 지분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 정부가 매각 시기를 언제로 잡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
1년이라는 임기 역시 손 행장이 지주사 회장으로서 인수, 합병 등 굵직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짧다.
게다가 우리은행 지주사는 1년 동안 내부등급법보다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자본 확충에 집중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결의 열쇠는 손 행장이 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행장이 올해 우리은행의 실적에서 보여준 것처럼 지주사를 안정적으로 이끈다면 지주사 회장 연임도 노려볼만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손 행장은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기세인 비필충천(飛必沖天)으로 반드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고 마침내 이뤄냈다.
손 행장이 우리은행 지주사의 초대 회장으로서 금융지주를 이끌면서도 비필충천의 기세로 '정부 영향력'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