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복합할부금융상품이 카드회사와 현대기아차의 수수료율 협상 실패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삼성카드와 현대차는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카드마저 복합할부금융 취급을 중단할 경우 복합할부금융 자체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이대로 사라질까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19일로 종료되는 현대자동차 가맹점 계약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수수료율을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사라지면? 현대캐피탈 수혜 전망  
▲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삼성카드는 1.5%를 제시한 반면 현대자동차는 1.3%로 내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신용카드로 사면 캐피탈회사가 결제대금을 카드회사에게 대신 내는 상품이다. 소비자는 대신 오토론 대출을 통해 캐피탈회사에게 매달 할부로 자동차값을 낸다.

현재 6개 카드회사와 7개 캐피탈회사가 제휴해 이 상품을 팔고 있다.

자동차회사는 최종적으로 결제대금을 받아가면서 이 가운데 일정비율을 카드회사에게 수수료로 준다.

카드회사는 수수료 수익 가운데 70%를 캐피탈회사에 주고 일부는 포인트 적립이나 현금 돌려주기(캐시백) 등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현대차는 복합할부금융으로 자동차를 살 때 카드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받기까지 기다리는 신용공여기간이 1~3일 정도라서 결제하면 바로 대금이 납입되는 체크카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는 이를 근거로 수수료율을 체크카드와 같은 1.3%로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신용공여기간을 다른 신용카드 상품처럼 1개월로 늘린 새 복합할부금융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공여기간이 길어질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돈을 떼일 위험 등을 놓고 삼성카드와 캐피탈회사의 협상이 길어져 상품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나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는 모두 기아차에 대한 복합할부금융 취급을 포기했다. 비씨카드도 현대차의 복합할부금융을 팔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현대자동차와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수수료율을 1.5%로 내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까지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하지 않는다면 가맹점 계약만료를 앞둔 다른 카드회사들도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복합할부금융 판매를 중단한다는 전제 아래 대응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복합할부금융 없어지면 바뀔 시장 판도는

카드회사와 캐피탈회사는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수익감소가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와 연계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다른 회사들이 특히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사라지면? 현대캐피탈 수혜 전망  
▲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사장
삼성카드는 2013년 기준으로 1조3천억 원의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했다. 시장점유율 28.2%로 현대카드에 이어 취급액 2위다.

복합할부금융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취급을 중단할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카드회사들은 복합할부금융의 매출 비중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2013년 복합할부금융 취급액이 약 6600억 원 수준이다.

카드회사들은 복합할부금융 대신 자체 할부상품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캐피탈회사들은 복합할부금융이 없어질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캐피탈회사들은 2013년 신규 할부금융매출이 10조8천억 원인데 이 가운데 복합할부금융이 4조6천억 원을 차지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취급액을 빼면 2조7천억 원 수준이다.

현대캐피탈은 복합할부금융이 없어질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캐피탈은 2009년 첫 복합할부금융상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의 87%를 차지했다.

소비자도 자동차 구매방법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전 차종에 걸쳐 할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카드회사들도 기업별 할부상품을 내놓는다 해도 복합할부금융만큼 저금리 상품을 간편하게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복합할부금융은 여러 소비자층에게 보편적으로 다양한 혜택과 이자절감 등을 제공한 것이 장점”이라며 “카드회사별 할부상품 등은 고객의 신용도를 보는 만큼 범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