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열이 나는 이유는 회복에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몸살은 그런 뜻이다.

삼성중공업의 실적 부진 역시 회복의 전조일까? 경쟁사들보다 유독 뒤쳐지는 3분기 성적을 냈지만 남준우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에 반등을 위해 올해 '몸살'을 감내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남준우, 삼성중공업 내년 반등 위해 '적자 몸살' 감수하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4분기에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에 영업손실 1273억 원을 내며 시장의 예상보다 2배 많은 손해를 봤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3사 가운데 3분기에 적자를 본 곳은 삼성중공업뿐이다. 아직 대우조선해양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흑자가 확실시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2400억 원 적자를 예상하고 있었으나 적자폭이 42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자체적 전망을 바꿨다. 4분기에도 1400억 원의 추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중공업은 희망퇴직 위로금, 시추선 3척의 재매각을 위한 추가 비용, 강재 가격의 추가 인상분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남 사장이 내년 흑자 전환을 위해 쌓은 디딤돌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적자 규모와 실적 전망치 조정은 실망스러운 부분이지만 역설적으로 내년 영업이익이 반등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봤다. 올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쓴 비용이 내년 인건비 절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적에 반영된 시추선 매각비용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배를 다 지어놓고 계약 취소로 인도하지 못한 시추선을 총 3척 보유하고 있다. 퍼시픽드릴링(PDC)으로부터 수주한 한 척과 씨드릴(Seadrill)로부터 수주한 두 척이다.

이 시추선들을 다시 팔기 위해서는 유휴 상태에서 재가동해야 하는 만큼 당장은 돈이 들어가지만 매각에 성공하면 1조 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온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경쟁사들보다 흑자 전환 시기가 늦을 수 있어도 반등 중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동안 매출에서 해양플랜트(시추선 포함) 비중이 절반이라는 점이 경쟁사보다 이익 개선이 어려운 이유로 꼽혔는데 상선 비중을 늘리며 사업 안정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 사장은 박대영 전 사장의 후임이다. 박 전 사장이 지난해 말 물러나면서 '빅배스'를 통해 부담을 덜어주고 간 만큼 경영 정상화에 각오가 남다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빅배스는 목욕을 해서 때를 씻어낸다는 뜻으로 부실요소를 한 회계년도에 모두 반영해 손실을 회계장부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전임 경영진의 부실을 털어내는 방식으로 쓰인다.

남 사장에게는 올해 남은 두 달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시추선 재매각을 마무리하면 사실상 순현금상태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의 순차입금은 1조 원, 부채비율은 102%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수주가 다소 저조했지만 내년에 따라잡을 수 있다"며 "시추선 매각도 4분기에는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까지 공식적으로 47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82억 달러)의 60%가량을 채웠다. 업계에서는 58억 달러치를 수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