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안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할 수 있을까?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산업은행에게 해묵은 과제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중공업에서 떨어져 나온 2000년부터 18년째 산업은행 자회사로 남아있다.
이 회장은 여러 차례 임기 안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이르면 내년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을 올해 안에 매각하려 했지만 수주 상황과 재무 여건이 여의치 않아 매각을 미뤘다.
올해는 실적과 수주 모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7330억 원을 내며 6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5281억 원을 내며 좋은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9월 말까지 수주목표 달성률도 63%로 나쁘지 않다. 올해 73억 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웠는데 현재까지 46억 달러를 수주했다. 2016년(15억 달러)과 2017년(30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합친 것보다 많다.
다만 앞으로 실적을 놓고 전망이 다소 엇갈리는 만큼 매각 시기는 다시 조정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에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2015~2017년의 수주 부진, 낮은 선박 가격 등에 따라 2019년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은 행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및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상당 부분이 일시적 요인 때문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아직 정상화 기반을 닦았다고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내년 적자가 이미 경영 정상화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예상됐던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적자폭도 그리 크지 않고 일시적 적자인 만큼 계획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6년과 2017년 수주가 워낙 부진했던 만큼 당시 수주실적이 반영되는 내년에는 적자를 볼 것으로 원래 예상됐다”며 “내년 잠깐 주춤한 뒤 실적이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가운데 가장 먼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올해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2020년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흑자를 낼 것으로 산업은행은 보고 있다.
조선사에서 보통 수주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선박을 인도하기까지 1년 반에서 2년 정도가 걸려 올해 수주한 물량 대부분을 2020년에 내놓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원매자를 쉽게 찾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몸집 줄이기(다운사이징)’에도 힘쓰고 있다.
2020년까지 부실 법인과 유형자산을 매각하기로 한 뒤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2021년 매출 규모를 6조~7조 원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4~2015년 매출인 15조 원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계속 안고 갈 수는 없는 만큼 항상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다만 조선업황 자체가 그리 좋지 않아 언제 매각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쉽게 팔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