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구속과 국정감사 등 '소나기'를 피하면서 외부활동 재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29일 진행되는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조양호, 구속과 국감 '소나기' 피하고 대한항공 복귀 시동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 5조에 따르면 국토위 등 위원회가 증인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이 발부한 요구서를 출석 요구일 7일 전에 증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국토위 종합감사가 29일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22일까지는 위원회가 출석요구서를 조 회장에게 전달해야 조 회장을 종합감사에 부를 수 있다.  

하지만 23일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출석을 요구받은 사실이 없다. 조 회장이 종합국감에 출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17일 검찰은 조 회장을 불구속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구속과 국감이란 두 고비를 넘으면서 다시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조 회장은 검찰이 조 회장을 불구속기소하기로 결정한 바로 다음날인 18일 제 30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했다.

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 운영, 미국델타항공과 조인트벤쳐(JV)등 여러 업종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조 회장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회의다. 조 회장은 한미재계회의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2019년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항공기 100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2018년 2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가 화물기를 포함해 모두 164대라는 것을 살피면 의욕적으로 항공기를 확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항공업계의 유엔’이라고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연차 총회도 2019년에 대한항공 주관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은 대한항공이 국제항공운송협회에 가입한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그동안 경찰과 검찰의 수사 등으로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사실상 올해 내내 이어졌다. 내년을 대비하려면 더이상 경영현안을 미뤄두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대외 운신의 폭을 서서히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회장이 경영전면에서 적극 나서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횡령·배임 등 혐의와 조 회장 일가의 갑횡포 사건으로 1위 국적항공사로서 이미지가 실추했다. 소비자 접점이 매우 높은 항공업 특성을 살피면 기업 이미지 실추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장 조사업체 칸타TNS코리아가 7월 발표한 소비자 대상 국내외 주요 기업 평판 조사에 따르면 –50점부터 +150점 사이의 평판 점수에서 대한항공은 –29점을 받았다. 15개 주요 기업 가운데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것은 대한항공이 유일했다. 

조 회장이 경영 쇄신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로 대외활동에 나설 수록 대한항공 이미지 회복에는 오히려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내부에서 노사 갈등이 잦아들 기미가 없는 점도 조 회장의 운신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직원연대)는 최근 대한항공이 표적 징계 등 노조 탄압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한항공이 10일 이춘목 대한항공 사무장에게 대기발령을 지시한 것을 놓고 직원연대 간부를 겨냥한 표적 징계라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 사무장을 징계하기 위해 2년 동안 표적 조사를 해왔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무장 징계와 관련해 “면담, 서면진술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여러 직원들이 제보한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 조사를 노조활동 방해, 개인 사찰,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