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인수합병으로 비은행부문 덩치를 키우고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 59.15%를 사들이며 11년 만에 신한금융그룹의 인수합병을 재개한 뒤 곧바로 두 번째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조용병 인수합병 본능 '꿈틀', 신한금융지주의 아시아신탁 인수 눈앞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금융지주는 부동산신탁사인 아시아신탁 지분 60%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순이익 282억 원을 거둔 부동산신탁업계의 5위권 회사다.

실무협상은 사실상 끝난 상태로 10월 말에 신한금융지주와 아시아신탁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최종 확정하고 주식 매매계약(SPA)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금은 1600억 원가량으로 시장 예상가격(2천억 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 소유주로부터 부동산 자산을 위탁받아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최근에는 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오피스텔 공사 보증과 같은 새로운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아시아신탁을 품에 넣으면 KB금융지주(KB부동산신탁), 하나금융지주(하나자산신탁)에 이어 세 번째로 부동산신탁회사를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가 된다.

조 회장의 연이은 인수합병의 목적은 신한금융그룹의 자산운용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는 생명보험업황이 악화되고 있고 아시아신탁은 최근 정부 정책에 점차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그 자체로는 당장 매력적 매물은 아니지만 오렌지라이프는 자산 운용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부동산신탁은 국내 자산운용부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권으로 꼽힌다.

오렌지라이프는 매년 4%를 웃도는 운용자산 이익률을 보이며 업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1곳의 수탁고는 2009년 123조에서 2017년 178조5천억 원으로 45.1% 불었다.

조 회장은 인수합병으로 비은행부문의 덩치를 불리는 것과 동시에 중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조 회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일할 때부터 그룹의 고유자산을 효율적으로 투자할 필요성이 높다고 봤는데 지주 회장에 오른 뒤 신한금융그룹의 자산을 통합해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신한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46조 원 규모의 고유자산 투자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그룹 투자운용사업부문’을 만들었다.

오렌지라이프의 운용자산도 인수가 마무리되고나면 그룹 투자운용사업부문의 진두지휘 아래 놓일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2017년에 신한리츠운용(부동산자산관리회사)을 세운 것 역시 자산운용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다.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부동산자산관리회사를 독립법인으로 세운 곳은 신한금융지주가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은 자산운용부문에서 쌓은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그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지주 회장 임기의 반환점을 돈 만큼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