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10-19 16: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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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서울시 자치구 ‘금고지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채 ‘터줏대감’인 우리은행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5월 서울시 1금고 운영사업자에 선정된 만큼 여세를 몰아 서울시 구금고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우리은행이 기존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기업로고.
신한은행은 2019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4년 동안 서울시 1금고를 관리하고 같은 기간에 우리은행은 서울시 2금고를 맡는다.
반면 지금까지 서울 자치구 25곳 가운데 21곳이 구금고 운영사업자를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16곳, 신한은행은 4곳의 금고 운영권을 나눠 차지했다.
17일 구금고 입찰 결과를 발표한 노원구는 KB국민은행을 선정했다.
아직 구금고 운영사업자가 정해지지 않은 용산구, 마포구, 광진구, 동대문구 등 4곳은 다음 주까지 금고은행 공개입찰 결과를 차례대로 발표한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을 밀어내고 서울시 1금고 운영사업자를 차지한 만큼 많은 자치구들이 운영 효율성을 위해 서울시와 같은 신한은행의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서울시 구금고는 104년 동안 서울시 1금고를 맡던 우리은행이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자치구 24곳의 금고를 맡아온 ‘텃밭’이었다. 용산구 1곳만 신한은행이 금고를 맡고 있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올해 기관영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서울시금고와 인천시금고를 잇달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신한은행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다.
우리은행은 오랫동안 서울시 자치구 금고를 운영해 왔던 만큼 경험과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랫동안 구금고 전산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운영해 온 우리은행의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구민의 이용 편리성이라는 측면도 구청에서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전산 시스템과 연계성을 강조하며 영업에 힘썼지만 자치구들은 기존에 사용해 오던 전산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하는 부담을 크게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고의 세정 업무를 이해하고 민원인의 편의를 지원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과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편과 업무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으로선 기존 '터줏대감'인 우리은행 뿐 아니라 KB국민은행에게 노원구 금고를 내준 것도 당혹스러운 결과다.
KB국민은행은 굵직한 지방자치단체 1금고를 맡은 경험이 적은 만큼 서울시의 특정 자치구 1~2곳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KB국민은행과 비슷하게 특정 자치구에 집중하고 있어 남은 서울시 자치구 입찰 결과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를 발판으로 서울 구금고 사업권도 따내 시너지를 내려했던 만큼 아쉬움이 클 것”이라며 "은행들이 자치단체의 금고지기를 따내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고 전산 시스템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갈아치우는 것은 낭비적 요소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