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0-18 16: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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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원인 불명의 자동차 화재사고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화재사고의 원인 조사에 나섰고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대규모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미국의 한 고속도로 갓길에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한 차량에서 불이 나고 있다.
18일 해외언론을 종합하면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들에서 올해 화재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 NBC4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2년형 기아 쏘렌토를 소유한 한 소유주는 8월에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의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차에서 불이 나 급하게 탈출했다.
2012년형 현대 쏘나타를 보유한 소유주는 딸을 뒷좌석에 태우고 주행하다가 차에 불이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NBC4뉴스에 전했다.
차량 화재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2014년형 기아 쏘울 소유주는 2017년 4월에 신시내티 외곽의 아파트 단지에 세워둔 차에서 갑자기 불이 나 타고 있던 아들이 사망했다고 미국 ABC액션뉴스에 제보했다.
현대차는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 경찰이 조사를 벌여 운전자의 마약 과다 복용에 따른 사고사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단체가 제품 결함 등으로 연관해 보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차량의 소유주는 경찰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최근 연방정부의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들에서 화재사고가 잦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미국 비영리 자동차 소비자운동단체인 더센터포오토세이프티(CAS)의 제이슨 리바인 전무이사는 최근 공식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비충돌 화재사고와 관련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이래로 최근 사고 대상 차량들에서 하루에 한 번 꼴로 화재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6월12일부터 10월12일까지 넉 달 동안 미국 안전규제당국에 접수된 현대기아차 자동차의 화재 관련 신고는 모두 103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발생 건수가 85% 급증했다.
2010년 이후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 관련 신고는 모두 220건 정도인데 최근 넉 달 동안 접수된 신고가 절반을 차지한다.
화재사고가 급증하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화재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16일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법인에 서한을 보내 11월14일에 열릴 화재사고 관련 청문회에 의원들의 질문에 증언할 최고경영자의 참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미 미국에서 세타2엔진 결함 관련 등으로 2015년과 2017년에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고 관련 민원 접수가 이어지면서 리콜 등 회사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소비자단체 등에서 나온다.
더센터포오토세이프티는 “현재까지 종합된 데이터들을 살펴볼 때 현대차와 기아차의 화재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추가 대책은 완전한 리콜”이라고 주장했다.
더센터오토세이프티는 2011년부터 2014년에 생산된 현대차 쏘나타와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와 옵티마(한국명 K5), 2010년에서 2015년에 생산된 기아차 쏘울 등 5가지 차종, 약 290만 대의 차량을 리콜해야 한다고 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화재사고와 관련해 이제 막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현재로서는 회사가 리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청문회 증언 등 통상적 절차를 진행한 뒤 미국 당국의 결정에 따라 회사가 향후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