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렇습니다.”
국감 증언대에 선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머뭇거림은 없었으나 크지 않은 목소리에 긴장이 묻어났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 의원은 강 사장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경영진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대신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재원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제 의원은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 자회사일 때는 이렇다 할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17년 현대중공업지주로 편입되자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16년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주당 순이익을 보면 사실 배당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당시 최대주주로서 배당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7년 순이익의 92.8%를 배당했다. 2016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1300억 원 늘었는데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배당으로 현대중공업지주에 돌아간 이익은 5800억 원가량이다.
이에 대한 강 사장의 답변은 시원찮았다. 2016년도에 배당을 했다며 틀린 설명을 했다가 제 의원으로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오라’는 핀잔을 들었다.
강 사장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배당 건에 대해서 제가 좀 더 말씀을 드리겠다”며 다시 발언권을 얻었다. 목이 마르는지 중간에 ‘흠’하고 목청을 가다듬기도 했다.
강 사장은 2016년 배당이 이뤄졌더라도 그 해 11월 지배구조 개편으로 현대오일뱅크가 지주사에 귀속됐기 때문에 어차피 배당금이 현대중공업지주에 배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배당을 건너 뛴 것이 지주회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편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 사장의 해명은 ‘긁어 부스럼’으로 돌아왔다.
제 의원은 “2016년 11월에 지배구조 개편 '결의'를 했을 뿐이지 실제로 효력이 발생한 것은 2017년 4월이기 때문에 기말 배당을 했으면 현대중공업이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며 “대표이사로서 몰랐을리는 없으니 이는 위증에 해당된다”고 날을 세웠다.
강 사장은 더이상 반론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알짜 사업분야와 자사주를 현대중공업지주에 몰아줬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제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돈이 되는 사업분야를 지주사 아래 넣는 방식으로 오너일가의 이득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의 이익이 사실상 지주사로 이전된 만큼 강 사장으로서는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4개 회사로 쪼갰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13.4%에서 27.8%로 뛰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인데 현대중공업지주의 신주와 현대중공업의 자사주를 맞바꾼 것이다.
같은 원리로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은 10.2%에서 25.8%로 늘었고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주사 지분 5.1%를 확보해 3대주주가 됐다.
제 의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자사주를 사는 데 들인 돈은 1조5천억 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일부를 2009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처분하고는 남은 9670억 원치 자사주가 현대중공업지주에 돌아갔다.
"자사주를 지주사에 넘기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처분했다면 지금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고통이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의원의 질문에 강 사장은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