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영, 석유공사 경영정상화 속도 붙이는 데 고전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15일 공기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자구책을 만들어 해외 자원 개발사업에서 난 손실을 메꾸고 새로운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공사는 8월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서 석유 개발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2022년까지 모두 5조9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사업계획만 보면 모두 1조290억 원을 투자하기로 예산을 세웠다. 해외 자회사에 8761억 원, 오일허브 ·경영관리사업에 385억 원 등을 분배했다.

양수영 사장은 재무관리 계획에 따른 경영 정상화를 위해 2단계 로드맵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늦어도 2018~2019년 영업수지를 흑자로 전환하고 부채비율 증가 추세를 둔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2단계로는 2020~2022년 당기순이익을 늘리고 부채비율을 692%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캐나다 자원개발 자회사 하베스트의 지분 매각 등이 지지부진하면서 석유공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베스트 지분 매각은 석유공사의 경영 정상화에서 핵심 과제다.

석유공사는 2009년 하베스트를 인수해 지금까지 모두 4조55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으로 사들인 유전사업체인데 2015년 자본잠식에 빠졌고 2016년에 일시적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가 2017년에 이어 2018년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베스트의 2018년 상반기 부채는 26만1200만 달러로 자산 23억4900만 달러인 데 비해 부채가 2억6300만 달러 더 많다. 2017년보다 자산은 5.3%, 부채는 0.2% 줄어들었다. 부채보다 자산 감소폭이 커 재무구조가 더 나빠진 셈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부채비율 감소를 위해 하베스트 매각 등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4조5천억 원에 사들인 하베스트를 지나치게 헐값에 팔 수도 없기 때문에 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적당한 매입처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베스트 매각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하베스트의 자본 상태도 다소 나아질 것으로 분석됐으나 유가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하베스트 경영실적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34달러로 1년 전보다 41% 높아졌다.

양 사장은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베스트의 손실을 정리하는 방안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큰 우량자산 지분을 먼저 처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도 추진하고 있었으나 지난 6년 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해 내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기지인 ‘LNG터미널사업’으로 사업내용을 바꾸고 저장 유종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은 울산시와 협력해 추진하는 석유 비축사업으로 석유안보 제고, 전후방 연관산업의 고용 창출, 석유물류 활성화에 따른 금융 업무 확대, 국내 석유산업 경쟁력 향상, 동북아 국가 사이 협력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었다.

석유 비축사업을 국내 기업의 자가발전용 LNG 연료 공급시설로 전환하면 사업 다각화로 수익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사업비가 기존 5862억 원에서 7천억 원대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제품 취급량도 5분의 1로 줄어들고 가스공사와 사업내용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해외 자원 개발 혁신태스크포스(TF)는 7월 석유공사를 한국가스공사에 통폐합하지는 않는 대신 석유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2년, 5년, 10년 단위로 구체적 재무관리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경영 정상화 2단계 로드맵을 세워 추진하고 있으나 부채비율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공사 부채비율은 2014년 221%에서 2015년 453%, 2016년 529%, 2017년 700%로 증가했다. 2018년 6월 부채비율은 938.9%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