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앞으로 롯데지주를 이끌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지주 편입으로 롯데케미칼 대규모 투자 속도낸다

▲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경영 복귀 후 이사회에서 결정한 첫 사안이 롯데케미칼의 롯데지주 편입이었던 점을 놓고 신 회장의 화학사업 애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 실적에 기여도가 큰 화학부문을 롯데지주체제에 편입하지 못한 점이 롯데지주의 지배구조상 약점으로 꼽혀왔는데 신 회장은 이 점을 단숨에 해소했다. 

롯데케미칼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롯데그룹 기여도(지난해 기준)가 54%에 이른다.

롯데케미칼이 본격적으로 롯데지주 품 안으로 들어온 만큼 신 회장은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높여 롯데케미칼의 현금 창출원 역할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순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롯데지주의 실적이나 신용평가를 높이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4조 원 규모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이 곧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9월 “신 회장이 석방된 후 현지를 방문해 부지를 확인해야 건설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데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 바로 아래 놓여진 만큼 투자 결정이 더욱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사업은 롯데케미칼의 동남아시아 자회사인 LC타이탄이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에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포함한 대규모 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올해 초 착공에 들어가기로 돼있었지만 2월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기초설계 단계에서 투자가 멈췄다.

화학단지가 조성되면 롯데케미칼은 2023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에틸렌 100만 톤을 포함해 에틸렌글리톤 70만 톤, 부타디엔 14만 톤, 폴리에틸렌 65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신 회장은 8일 출소 뒤 처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경영진에게 “롯데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인도네시아 대규모 투자도 이와 궤를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합성수지, 섬유, 플라스틱 등 각종 화학물질의 원료로 쓰이는 만큼 여러 산업의 기초가 될뿐더러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된다면 인도네시아를 향한 수출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현재 1155만 톤에서 2024년 167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고 있는 에탄크래커(ECC)와 에틸렌글리콜(EG) 생산공장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탄크래커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4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이 900만 톤가량인 만큼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되는 셈이다.

신 회장은 2016년 직접 기공식에 참석해 “롯데케미칼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로 편입됐지만 아직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여러 사안들이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인도네시아 사업은 조 단위의 투자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이 중요하고 인도네시아 부지 안에 어떤 화학공장을 짓는 것이 좋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