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컨소시엄이 엄청난 덤핑(시장 가격을 무시하고 싼 가격에 상품을 파는 일)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은 2017년 11월 취임 뒤 진행한 첫 기자간담회에서 보잉의 저가 수주 가능성을 걱정했다.
 
[오늘Who] 김조원 불안이 현실로,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능력 시련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


그로부터 10개월 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8일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에서 탈락했다고 알리며 “록히드마틴과 협력해 전략적 각격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보잉의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 차이로 탈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공군은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비용으로 197억 달러를 예상했으나 보잉 컨소시엄은 입찰가격으로 92억 달러를 제시했다. 시장이 사업비용으로 예상했던 160억 달러보다 현저히 낮았다.

헤더 윌슨 미국 공군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수주전을 통해 우리는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서 최소 100억 달러를 절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으로서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수주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김 사장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사장이 취임하기 훨씬 전인 2015년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를 준비해 왔다.

더욱이 록히드마틴과 함께 수주전에 참여한 만큼 단독으로 가격을 결정할 권한도 없었다.

하지만 보잉의 수주 전략을 1년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고 최종 입찰가격 제출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이끌었다는 점 등을 놓고 보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은 자체사업만큼이나 후속 사업 파급력이 큰 사업으로 평가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8월 중순 진행한 기업설명회(NDR)에서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따내면 추가로 후속 물량으로 650기까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미국 고등훈련기 수주 결과를 기다리는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년 넘게 감사원에서 공직생활을 한 관료 출신으로 취임 당시부터 항공·방산분야에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김 사장은 이를 인식한듯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 때부터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활을 걸고 원가 절감을 이뤄내 수주를 따내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는 7월 마린온 추락사고로 수리온 헬기의 필리핀 수출 성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김 사장에게 더욱 절실한 사업이 됐다.

하지만 김 사장은 수주에 실패한 성적표를 받고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약점도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 결과로 주주들 실망은 더욱 클 수밖에 있는데 김 사장이 그동안 성과를 냈던 경영 쇄신 활동도 덩달아 빛이 바랄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28일 하한가를 겨우 면할 정도로 추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