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되파는 전통적 방식의 '바이아웃'에 치중했다면 올해 초 조성한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통해 투자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21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10월 1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모두 5천억 원가량의 자본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으로 대출을 중단하는 등 그동안 자본 확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MBK파트너스는 LG그룹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LG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MRO) 사업부문 인수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따라 LG서브원에서 MRO 사업부문을 분할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하고 MBK파트너스 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LG서브원의 MRO 사업부문 모두 MBK파트너스가 올해 초 조성한 1조 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통해 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란 말 그대로 특수한 상황에 투자하는 펀드다.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회사 분할, 주주구성 변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매각 등이 해당한다. 부동산 투자나 소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자 방식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스티븐 러 전 도이치뱅크 채권·스페셜시츄에이션부문 공동대표를 영입했다. 기업을 사들여 되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전략을 다변화하기 위해 힘쓰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앞으로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의 활약이 이어질 것으로 투자은행업계는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전통적 바이아웃 강자다.
2005년 설립돼 지난 14년 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사들인 기업만 30여 개에 이른다. KT렌탈과 테크팩솔루션, ING생명 등을 인수한 뒤 가치를 크게 높여 매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정통적 바이아웃에서 벗어나 이른바 ‘비욘드 바이아웃’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KKR과 칼라일은 각각 2개의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운용 중이다.
인수합병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바이아웃에만 집중한 MBK파트너스가 투자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이며 "KKR이나 칼라일처럼 세계적인 대형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도 설립 초기에는 바이아웃 전문으로 시작했지만 대규모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 등을 통해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