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의 공매도 주식 대여가 타당하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에 국민연금이 힘을 보태는 셈이란 비난과 공매도에도 순기능이 있다는 정부 방침 사이에서 국민연금은 과열, 위법 등 문제가 확인된 주식의 대여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공매도 논란에서 개인투자자와 정부 사이에 끼여 '난처'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12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대여해 줘 공매도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세력으로 주가가 떨어져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데 국민연금이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국민청원에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금지 요청글이 8월24일 올라온 뒤 12일 참여 인원이 4만6천 명을 넘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같은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으로 매도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질수록 시세차익을 크게 챙길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을 조장하는 데다 공매도 매물이 쏟아지면 직접 주가를 떨어뜨리기도 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공매도 세력의 종잣돈 창구 역할을 한 셈”이라며 “국민연금은 주식 대여를 멈추고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의 돈줄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민연금에서 주식 대여 규모가 2014년~2018년 6월 974조2830억 원에 이르렀다는 자료를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말이 정치권에도 퍼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빌려줘 얻는 이익은 주식을 직접 투자해 얻는 이익과 비교해 극히 적은 데도 주식시장 질서에 혼란을 끼칠 수 있는 공매도에 굳이 공적 자금인 국민연금이 일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빌려줘 얻는 수수료 등 이자이익은 2017년 154억 원으로 주식을 직접 투자해 얻은 수익금 36조8390억 원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그러나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고 유가증권 대여거래가 규정돼 있다"며 "이에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등 관계기관들이 공매도도 주식시장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공매도에 따른 문제를 이유로 주식 대여 자체를 당장 그만둘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편에서는 공매도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고 실제 가치보다 과잉으로 평가된 주가를 적정선으로 낮추는 등 순기능을 지녔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해외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투자기법인 공매도를 한국 주식시장에도 잘 정착하도록 만들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에 국민연금 주식 대여 제한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6년 8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에서 ‘증권의 대여’를 삭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냈지만 소관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국민연금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과 정부 정책 사이에서 정부기관이 공매도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주식 대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특정 주식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면 국민연금은 새로운 주식 대여를 중지한다.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이 수사를 통해 대여 주식이 불공정하게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하면 국민연금이 대여 제한 종목으로 지정하고 전량 회수하는 등의 특별 관리도 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공매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무차입 공매도 등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해 종목별로 대여 비율 한도를 결정하고 과열종목 등은 대여를 제한하고 있다”며 “주식 대여로 시장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