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보상형 가상화폐를 내놓고 플랫폼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화폐 모델에서 성장정체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 보상형 가상화폐 앞세워 플랫폼 영향력 확대 경쟁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


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10월 안에 계열사 그라운드X를 통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테스트 버전을 선보이기로 했다.

클레이튼은 서비스 이용자에게 보상으로 가상화폐 ‘클레이’를 제공하는 방식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그라운드X는 먼저 클레이튼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2019년 1분기 안에 정식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는 4일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클레이를 통해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보안적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겠다”며 “누구나 카카오톡으로 쉽게 접속해 보상형 코인이 오가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그라운드X를 통해 최근 이스라엘 블록체인 기술회사 ‘오브스’와 제휴를 맺는 등 가상화폐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그동안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카카오가 이번에 보상형 코인 모델을 공개하면서 앞서 같은 사업모델을 내놓은 네이버와 정면으로 맞붙게 된 것이다.

보상형 코인 모델은 동시에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회사에 적합한 사업모델로 평가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검색부터 모바일 메신저, 음악 감상, 게임 등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가상화폐를 지급 받을 수 있고 이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유인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아이디와 가상화폐 지갑을 연동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전략 자체가 달라 이번에 비슷한 사업모델을 내놓더라도 직접적 경쟁을 벌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네이버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라인의 기반을 주로 쌓아온 반면 카카오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가상화폐를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비롯한 여러 금융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라인은 최근 라인페이를 위한 매장용 전용 단말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내놓고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두번째 모바일 은행지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두 회사는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 정체로 새로운 동력의 발굴이 시급하다. 

라인은 최근 왓츠앱 등 경쟁자에 밀리며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2분기를 기준으로 한달 이용자 수는 1억6400만 명이었는데 다섯 분기 연속 뒷걸음질했다.

카카오톡 역시 2분기 한 달 활성 이용자 수가 511만 명으로 직전분기보다 0.4% 줄었다. 국내에서 이미 90%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성장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카카오는 포화 상태에 이른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를 늘리는 대신 선물하기, 주문하기, 영화예매, 송금 등 여러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라인은 4일부터 라인이 운영하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통해 보상형 코인 링크(LINK)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모두 10억 개의 가상화폐 링크를 분배하고 앞으로 출시하는 콘텐츠, 커머스, 게임, 가상화폐 거래소 등 라인의 서비스에서 링크를 보상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