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시설 투자 규모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크게 뒤처지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갖춰내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이 시설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며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투자를 절약하는 일은 행운을 낳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2017년 반도체 시설 투자에 들인 금액은 약 30조 원으로 2016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 절차도 복잡해져 반도체공장 증설 투자에 필요한 금액이 이전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추격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3분기 동안 61억 달러(약 6조8천억 원)을 시설 투자에 사용했고 올해 연간 투자 금액은 8조9천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시설 투자금액이 5조2천억 원 정도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시설 투자 금액은 마이크론의 6배에 이르는 수준이고 올해 상반기에 사용된 금액만 해도 13조 원 정도다. 올해 연간 시설 투자가 20조 원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마이크론의 2배를 넘는 10조 원 이상의 금액을 시설 투자에 썼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8조 원을 투자했다. 연간 투자 금액은 17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반도체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계속 역대 최고 수준의 투자 금액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그동안 오랜 자금난을 겪어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맞대응할 정도의 시설 투자를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조 원 중반대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를 벌인 뒤에도 각각 12조 원, 5조 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마이크론은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낸드플래시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며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벌인 반도체 증설 투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연말부터 점유율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반도체 시설 투자 확대는 출하량 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 물량이 마이크론과 비교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사업 특성으로 볼 때 출하량이 늘어날수록 원가 절감에 유리해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나타나기 때문에 마이크론이 반도체 원가 경쟁력 확보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공산도 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시장은 빅데이터 등 IT 신산업 발달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한편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적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