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발전에너지 기업, 탄소배출권제도로 시련의 길  
▲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경영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와 발전에너지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라는 커다란 시련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가 개별기업 525곳에 모두 15억9800만KAU(탄소 배출량 1톤에 해당)을 할당한 뒤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적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업계는 애초에 요구했던 20억2100만KAU보다 정부의 할당량이 너무 적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감축의무가 과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일 준비도 하고 있다. 발전에너지 업계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으로 큰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석유화학업계, 집단소송 준비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반발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들은 석유화학업종이 다른 업종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영향을 과하게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정부로부터 1차 계획연도인 2018년 말까지 총 1억4369만KAU를 할당받았다. 이는 업체들이 추가배출권을 구입하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탄소배출량을 평균 15.4% 가량 줄여야 하는 수치다.

석유화학업계는 철강, 발전 등 다른 업종들이 평균 5% 감축 목표를 할당받은 점과 비교해 석유화학기업들이 과한 목표량을 부과받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효율이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수준에서 탄소배출량을 15% 감축하려면 공장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석유화학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집단소송을 벌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들 기업들이 집단소송을 감행한다면 지난해 말 고려아연, 영풍 등이 환경부를 상대로 탄소배출권 의무 할당 취소 소송을 벌인데 이어 두 번째 집단소송이 된다.

◆ 발전에너지업계, 이중고 하소연

전력생산을 담당하는 발전에너지업계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발전에너지업계는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2억5천만KAU를 할당받았다. 하지만 업계 특성상 발전소 가동률을 조절하는 등 자구책을 전혀 쓸 수 없다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으로 발생하는 추가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발전에너지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반발하는 데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발전에너지업계는 2012년부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 이어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까지 시행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항변한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 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발전과정에 사용해야 되는 제도다.

발전에너지업계는 그동안 정부가 목표로 삼은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충족하지 못해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254억 원과 298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발전에너지업계는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만큼 이를 배출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 발전에너지 기업, 탄소배출권제도로 시련의 길  
▲ 발전에너지 업계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에 이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까지 시행돼 경영의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 기업들의 비용부담 소비자에게 전가되나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으로 업계들이 부담하게 될 추가비용을 소비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의 영향을 받는 525개 업체들의 연간 매출 손실액은 모두 3조3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신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공법을 개발한다든지 개발도상국에 청정개발사업(CDM)을 벌여 추가 배출권을 인정받는다든지 하는 식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구책으로 손실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로 발생하는 손실을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 만회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생산량 조절 등 자구책 사용이 제한된 발전산업의 경우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전기세를 인하하라는 압박을 어떻게 이겨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업들이 비용증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생산비용 상승을 배출권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기업윤리 의식이 바로 서야 한다" 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