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24일 올린 사진.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랜만에 카드업계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2015년부터 '디지털 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지만 디지털 경영의 성과가 단기간에 나기 어려운 만큼 다시 '영업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무려 18년 만에 삼성카드를 밀어내고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되기까지 정 부회장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파격적 수준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강한 의지를 품고 코스트코 유치를 진두지휘했다”며 “현대카드가 삼성카드의 기존 조건을 뛰어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처음 계약 사실이 알려진 24일 페이스북에 코스트코와 계약을 맺는 사진을 올리며 "기뻐해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자신이 20년 전 미국 샌디에고에서 발급받은 코스트코 회원카드도 올리며 남다른 소회도 전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10년 만에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 ‘더 그린’도 내놓았다.
현대카드는 2005년 ‘더 블랙’을 시작으로 2006년 ‘더 퍼플’, 2008년 ‘더 레드’를 잇달아 선보였는데 그 뒤 10년 동안 새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 선보인 더 그린은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보다 젊은 층을 겨냥한 카드다.
현대카드는 한때 업계 순위나 규모와 상관 없이 카드업계에서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특히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로 대표되는 현대카드의 문화 마케팅은 현대카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 배경에
정태영 부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직원만 쓰는 카드’라는 얘기를 듣던 현대카드를 맡아 10년 만에 삼성카드와 2~3위를 다투는 카드회사로 키웠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현드카드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디지털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카드업계에서 안정적 수익 확대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카드는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지털플랫폼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에는 홈페이지와 광고 등에 쓰이는 현대카드 기업로고(CI)를 12년 만에 ‘디지털 현대카드’로 바꿨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KB금융그룹 워크숍 특강에서 금융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디지털 혁신’을 꼽기도 했다. 당시 그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광고의 시대는 갔다”며 “현대카드는 광고비를 과거 5분의 수준으로 축소하는 대신 소셜미디어와 스페이스(공간) 마케팅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이 정체되면서 정 부회장도 더 이상 디지털 경영에만 기댈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업계 점유율 3위로 몇 년째 점유율 14~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와 계약으로 연간 3조 원에 이르는 결제액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연간 이용실적은 91조3천억 원이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트코의 신용카드 결제액이 거의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기에다 코스트코 때문에 현대카드에 새로 가입하는 회원들이 늘면 코스트코 외 결제액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