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비장하게 내걸었던 목표다.
극심한 수주절벽에 몰려 지난해 매출 규모가 5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던 삼성엔지어링을 이끄는 최 사장의 절실함이 담겨있다.
최 사장은 삼성그룹의 180조 원 투자계획을 발판 삼아 삼성엔지니어링의 신규 수주를 크게 늘리며 실적 반등시기를 앞당기려고 시동을 걸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그룹의 180조 원 투자계획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삼성그룹은 8일 투자자금 180조 원 가운데 130조 원을 국내에서도 특히 삼선전자 반도체사업과 삼성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사업 등에 쓰기로 했다. 반도체공장과 디스플레이공장 증설작업이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부문에 투자를 한다면 고용 유발 효과가 약 7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인력이 충원되면 시설 투자는 필수적인 만큼 신규 공장 증설도 필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산 A5공장이 증설될 뿐 아니라 이 두 회사가 새 공장을 또 지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최 사장에게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대부분 수주하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일부 인프라도 수주해온 만큼 신규 수주를 대량 확보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은 거의 수주해왔다”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도 이 공장에 들어가는 수처리 설비나 환경설비를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해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신년사에서 “2018년에 생존 기반을 구축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신규 수주 확보가 절실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까지만 해도 신규 수주가 13조 원을 넘었지만 2013년 반토막 나 2016년에는 5조 원 수준까지 줄었다. 지난해 신규 수주가 8조5천억 원 수준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과거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재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엔지니어링 매출은 2013년 9조8천억 원에 이르렀지만 신규 수주 부진 등으로 지난해 매출이 5조 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최 사장으로서는 새로 일감을 따내 실적 반등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전체 수주잔고에서 삼성그룹 물량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을 뿐 아니라 수익성 좋은 일감으로도 꼽힌다.
2018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국내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에서 수주한 것이다. 올해 6월30일 수주잔고 기준으로 국내 민간기업 수주부문에서 삼성그룹 일감 비중은 90%에 가깝다.
해외에서 수주한 삼성그룹 일감 규모까지 합치면 모두 1조2천억 원이 넘는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 전체 수주잔고의 10%에 가깝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그룹으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비화공부문에 속하는데 비화공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8% 정도다.
해외 화공플랜트 등 화공부문에서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그룹 일감이 사실상 삼성엔지니어링의 이익방어선을 견고하게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최 사장이 삼성그룹 일감 확보를 기반으로 수주 속도를 높이면 실적 반등 시기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라 연구원은 “삼성그룹 투자계획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정상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사장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해 2018년 1월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플랜트사업의 설계와 사업부문 모두에 실력을 갖춘 화공플랜트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 연구를 천직으로 알고 고객의 요구에도 공학적 지식으로 대응하는 엔지니어형 경영자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