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면 일감이 끊겨 울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데 온산 공장마저 매각되면 해양플랜트사업은 완전히 멈추게 되는 셈이다.
35년 만에 처음이다.
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을 해결해야한다고 당부해왔는데 돌파구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일감을 수주하면 남은 공장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해양플랜트시장 자체가 2년째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지난해 전 세계 4건에 그쳤고 올해는 아직 하나도 없다.
더욱이 높은 인건비 탓에 그나마도 없는 일감을 중국과 싱가포르 등 경쟁국 회사들이 싹쓸이 해가고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은 인건비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들에게 밀려 3년 9개월째 해양플랜트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강 사장은 6월 사내 담화문을 통해 "해양플랜트 일감 공백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우리의 고정비로는 발주물량이 나와도 수주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라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우리가 엄중하게 받아들여할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를 이기기 위해서는 고정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와 합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앞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부문 인력의 무급휴직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는 "해양플랜트가 아닌 조선 일감은 계속 늘고 있는데 회사가 구조조정만 강요한다"며 반발해 강대강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강 사장은 수주절벽을 넘고 해양플랜트 사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킹스랜딩 해양플랜트와 베트남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힘을 쏟고 있다. 모두 수주하면 올해 수주목표를 채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해양플랜트는 수주하고 건조 단계에 들어가기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리는 만큼 적어도 내년까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유휴인력 문제는 강 사장에게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결국에는 해양플랜트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부문보다는 상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해양은 잊고 상선을 바라봐야 한다"며 "해양플랜트부문이 부진하지만 상선으로 만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주공장인 울산 공장이 남아 있고 킹스랜딩과 베트남 블록B 수주 추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일감을 다시 따내면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